“서민만 요금폭탄” vs “전체 가구 4% 불과”…전기요금 누진제 논란 진실은?

입력 2016-08-10 10:31 수정 2016-08-1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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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없는 올 여름 폭염에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에 대한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전기요금 걱정에 마음 편히 에어컨을 켤 수 없다는 국민들의 불만이 쇄도하는 가운데, 정부는 요금 폭탄은 과장된 것이라며 현행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 참여 세대주는 9000명에 육박했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4인 도시 가구의 봄ㆍ가을 월평균 전력사용량은 342킬로와트시(kWh)로, 5만3000원가량의 전기요금(부가가치세ㆍ전력산업기반기금 제외)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름철 1.84kW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을 가동하면 전기요금은 32만1000원으로, 12시간씩 쓰면 47만8000원으로 치솟는다.

이는 많이 쓸수록 전기요금이 폭증하는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이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1차 석유파동으로 유가가 급등한 1974년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것으로 가정용 전기에만 적용됐다. 2차 석유파동 때인 1979년 누진제는 12단계로 나눠 최대와 최저 단계의 가격 차이가 최대 19.7배였다. 2004년 이후 현행 6단계, 전기요금 차이 최대 11.7배의 누진제로 개편됐다.

정부는 과도한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 전기 소비량이 적은 저소득층 가구의 전기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누진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는 달리 여론은 소득 재분배 효과는 감소하고 오히려 저소득층에 절약을 강요하는 상황이 됐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졌다.

특히 올여름 이례적인 폭염이 지속되자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는 에어컨에 많이 의지하게 된 데다, 작년 시행됐던 7∼8월 중 누진제 일시완화 혜택이 사라지면서 이 같은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전력 소비량이 많은 산업용 전기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시각도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에너지통계 월보’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체 전력소비량의 55.7%를 산업용이 차지하고 있는 반면 가정, 상업용은 37.8%에 그치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사용량도 산업용은 0.2% 늘어났지만 가정 상업용은 0.2% 줄었다.

물론 누진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전기요금 차이는 2~4단계 누진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1.1~4배, 일본과 중국은 3단계에 각각 1.3~1.6배, 1.5배 수준이다. 우리나라처럼 11배 이상 차이나는 곳은 없다.

누진제가 한국전력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한 달 가정에 전력을 판매하고 청구한 요금(주택용 전력판매수입)은 9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봄ㆍ가을 청구액의 1.5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일반용이나 산업용 전기요금 청구액이 계절에 따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미뤄볼 때 가정용에만 적용되는 누진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누진제가 가정에만 고통을 지우는 ‘징벌적 요금제’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작년 8월 기준으로 6단계 가구의 비중은 4%에 불과하며 4단계 이하에 대해서는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다”면서 “누진제를 완화하면 부자감세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전력 대란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벽걸이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 사용하거나 거실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4시간 사용하면 월 요금이 10만 원을 넘지 않는다”며 에어컨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민심의 방향은 여전히 누진제 개선에 향해 있다. 법무법인 인강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가정용 누진제로 얻은 전기요금 부당이득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민사소송 참여를 신청한 세대주는 이날 기준 총 8700명을 넘어섰다.

소송 대리에 나선 지난 2014년 8월부터 지난해까지 소송을 내고 선고를 앞둔 세대주가 불과 750여명인데, 최근 들어 누적 신청자가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곽상언 변호사는 “정부나 한전 쪽은 부인하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가정의 경우에는 전부 2단계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일반 가정의 경우 전기 사용이 생활과 생존 문제와 직결돼 있는 만큼 정부가 더 보호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토론방 ‘아고라’에서도 지난달 28일 올라온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청원글에는 이날 오전 8시 현재 8만1473명이 서명했다. 지난 8일 오후 12시 5만4000여 명이 서명한 것에 비해 이틀 만에 2만여 명이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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