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재채기에 세계 최대 수탁제조서비스(EMS)업체인 대만 혼하이정밀공업이 독감에 걸렸다. 최대 고객인 애플의 아이폰 판매 감소 여파로 혼하이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혼하이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지난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한 177억 대만달러(약 6223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순익은 3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보다 5.2% 줄어든 9220억 대만달러에 그쳤다. 블룸버그 집계 전문가 예상치인 246억 대만달러 순익, 9378억 대만달러 매출을 모두 밑돈 것이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애플은 이미 이번 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아이폰 판매와 회사 전체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이와캐피털마켓의 카일리 황 애널리스트는 “올해 아이폰 생산량이 전년보다 9% 줄어들 전망”이라며 “혼하이는 아이폰 주요 조립업체이기 때문에 이런 하강 추세에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혼하이는 이날 중국 반독점 당국이 자사의 일본 샤프 투자안을 승인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중국 정부의 심사가 오래 걸려 샤프 투자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는데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낭보도 혼하이를 둘러싼 불안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다. 샤프는 지난달 29일 실적 발표에서 6월 마감한 회계 1분기 순손실이 275억 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 134억 엔보다 규모가 큰 것이다. 아이폰 판매 부진과 스마트폰 시장 정체에 따른 디스플레이 패널 판매 침체가 악영향을 미쳤다. 경영정상화 불안이 커지면서 샤프 주가는 현재 50년 만에 최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심지어 지난 1일 주가는 장중 87엔으로, 혼하이가 예정한 제3자배정증자 출자의 주당 납입 가격 88엔을 밑돌기도 했다. 이는 혼하이의 인수 조건 재검토로 이어질 수 있다.
혼하이는 인수·합병(M&A)을 실적 부진의 돌파구로 삼으려 했으나 오히려 샤프라는 새로운 짐만 떠안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