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거목들 23] ‘M&A전문가’ 1호 타이틀…10년 전만해도 투자하면 권성문

입력 2016-08-16 10:47 수정 2016-08-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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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

‘10년 전만 해도 박현주보다 권성문이라는 이름이 더 컸다’ 금융투자업계 잔뼈가 굵은 한 인사의 말이다.

‘기업인수합병(M&A) 전문가’, ‘벤처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대기업 샐러리맨에 불과했던 그는 불과 몇 년 만에 거대 금융사를 비롯한 수십 개 기업을 거느린 사업가로 성공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보다 먼저 ‘샐러리맨 신화’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 한국 증권사 부티크 전성기 이끈 ‘투자의 귀재’=투자업계에서 권 회장은 한국 금융 부티크(boutique)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로 평가된다. 부티크(boutique)란 원래 '값비싼 옷이나 선물을 파는 가게'를 의미하지만, 금융 쪽에서는 소수 전문가가 모여 특정 금융 상품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회사를 말한다.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금융 부티크는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우회상장, 유상증자,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개인 자산가의 주식이나 파생상품 투자 자문 등을 하고 수수료를 받는 회사다.

1962년 대구 출생인 권 회장은 심인고등학교 졸업 후 재수 끝에 1981년 연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동기들의 평가는 ‘성실하며 놀 때와 공부할 때를 잘 구분하는 학생’이었다고 전해진다. 1985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과 함께 삼성물산에 입사한 권 회장은 2년 뒤 돌연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고향에서 사업한 뒤 1889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주리대학교 롤라교 경영학 석사(MBA)를, 1990년 다시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재무관리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귀국 후에 증권사 등에서 M&A(인수합병) 담당자로 일했다. 이후 한국종합금융에 입사해 기업인수합병을 담당하다 1995년 1월 한국M&A를 창업했다.

‘권성문’이라는 세 글자가 언론에 처음 오른 것은 1996년 7월29일의 일이다. 신축 중이던 목동백화점 인수 과정이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이 건의 중개업무를 권 회장이 당시 설립한 한국M&A가 담당하면서다. 인수 자금은 22억 원에 불과했으나 한국M&A가 받기로 한 수수료는 31억 원에 이르러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1996년 10월 초, 권 회장은 또 한 번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기사에는 ‘한국 최초의 레이더스(기업사냥꾼) 등장’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같은 해 3월 주식매수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했던 영우통상 주식을 팔면서 6개월 만에 9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때문이었다. 이처럼 M&A 알선 업체가 단순한 기업인수합병 주선에 그치지 않고 직접 기업을 인수해 시세차익을 남기고 처분하는 것은 미국에서는 비교적 일반화된 방식이지만 국내에선 처음 시도됐던 일이라 화제를 모았다.

◇ M&A 전문가로서 확고한 입지…KTB 인수로 ‘신화정점’=이후 권 회장은 국내의 대표적 M&A 전문가로서 위치를 확고히 하게 됐다. 그는 한국 최초의 M&A(기업인수합병) 전문가로 일컬어지며 자금의 흐름에 ‘남다른 후각’을 지니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다만 권 회장 자신은 ‘돈에 대한 동물적 직감’ 운운하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반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뭔가 잘 된 일이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노력에 의한 결과일 뿐 ‘직감’에 의지해 우연히 얻은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1999년 2월, 권 회장은 공기업이었던 한국종합기술금융(KTB) 인수를 결정함으로써 인생 최대의 승부수를 던졌다. 81년 설립된 KTB는 2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의 벤처캐피탈이었다. 1997년 말 기준 총 투융자잔액만도 2조6328억 원에 이르는 거대 공기업이었다. 1999년 1월 그는 자신이 오너로 있던 봉제기업 미래와사람을 통해 정부소유 지분 10.2%를 액면 그대로인 93억 원에 인수했고 권 회장은 KTB 사장에 취임했다. 권 회장은 코스닥 붐이 일기 직전 국내 최대 벤처캐피탈을 인수함으로써 일거에 유력 기업인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권 회장은 경제 흐름을 읽어내는 데 탁월한 통찰력과 예지력을 갖춘 인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KTB인수 이후 권 회장은 대중에게 각인될 만한 큰 도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현재 이름값이 상당히 희석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역사를 아는 이들은 권 회장을 우리 자본시장이 변혁을 맞았던 외환위기 직후 국내 투자업계에 큰 획을 그었던 인물로 기억하고 있다. 이는 권 회장의 투자 스타일에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도 대부분 인정하는 사실이다.

특히 최근 초대형 증권사가 생겨나는 등 증권업계의 먹거리 구조가 큰 변화를 맞게 되면서 일각에서는 과거 권 회장의 족적을 재조명하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권성문 회장을 빼놓고는 2000년대 초반 국내 자본시장의 변화와 발전을 말할 수 없다”며 “벤처투자와 M&A 등의 성과로 업계 판도에 일정부분 영향을 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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