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통화정책 효과가 예전만 못한 점을 인정한 셈이다.
다만 그는 금리정책이 여전히 주된 통화정책 수단이며 여력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은 기준금리 조정이 가장 주된 조정수단”이라며 “우리의 정책 대응 여력이 소진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책금리의 실효하한에 대한 물음에 “영란은행이 0%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참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를 종합하면 소비와 투자를 진작하기 위해 여전히 금리정책을 쓸 것이며 아직도 정책여력이 남아 있다고 본 셈이다. 영란은행의 정책금리가 현재 0.25%이고 우리나라가 기축통화국이 아닌 점을 감안하면 0.5% 수준까지는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고 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미국을 비롯해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도입한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한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실패했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중이다.
우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한 유럽과 일본에서 오히려 저축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은 정책이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낮은 물가,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과 함께 특히 마이너스 금리가 되레 경제주체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국내에서도 이 총재가 취임했던 2014년 4월 100을 기록했던 경제심리지수(ESI)가 다섯 번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올 7월 93에 머물고 있는 중이다.
미국에서도 15일(현지시간)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채택하고 있는 2% 물가목표를 더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낮은 인플레이션 목표는 과거 인플레이션 억제에는 성공적이었지만, 낮은 중립금리의 시대에는 잘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명목 국내총생산(GDP) 타겟팅이나 물가상승률 대신 물가수준을 타겟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스티븐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는 ‘네오 피셔리즘’이라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해야 오히려 물가가 오른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상식이 깨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이 제로금리로 갈 경우 국내 은행들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며 “(금리정책에 대해) 차분히 따져볼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