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적통 후계자로 꼽히는 이재현 회장의 아들 선호 씨가 향후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려면 지주사인 (주)CJ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지분 승계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완성형의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CJ가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지주사 지분을 확보하려면 비상장사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재계 안팎에선 알짜 비상장사인 CJ올리브넥트웍스가 향후 승계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올리브넥트웍스의 자회사인 CJ파워캐스트와 부동산 개발업을 하는 오너가(家) 개인회사 씨앤아이레저산업도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너가가 지분을 들고 있는 이들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가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승계자금으로 활용할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CJ시스템즈와 화장품·미용용품 유통 계열사 CJ올리브영을 합병한 회사다. 지주사인 ㈜CJ가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회장의 아들 선호 씨가 15.84%를 보유한 2대 주주이며, 딸 경후 씨도 지분 4.5%를 들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매출과 순이익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5% 증가한 3442억 원, 순이익은 56.8% 증가한 223억 원을 기록했다. 핵심 성장축인 올리브영의 2분기 매출은 26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6% 성장했다. 점포수는 639개로 전년 대비 35.1% 증가했다. IT사업부의 매출은 8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7%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가치가 1조9000억~2조 원가량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CJ올리브넥트웍스가 삼성SDS와 같이 승계작업에 있어 현금 창고로 쓰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우선 올리브넥트웍스를 키운 뒤 상장시켜 CJ와의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후계자인 선호 씨가 올리브넥트웍스 지분을 지렛대로 지주사인 ㈜CJ 지분을 확보해 나가는 방안이다. 또는 이 회장의 자녀들이 CJ 주식을 증여받고, 상속세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으로 충당하는 시나리오도 흘러나온다. 어쨌건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가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승계자금 확보에는 유리한 상황이다.
이를 위한 지분 승계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이 회장은 300억 원 상당의 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1.35%(14만9667주)를 선호 씨와 경후 씨에게 각각 4.54%(5만9867주)씩 증여했다. 이 승계로 선호 씨의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은 종전 11.30%에서 15.84%(20만8867주)로 증가했고, 그룹 지주사인 ㈜CJ(76.07%)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지분 60%를 들고 있는 CJ파워캐스트 역시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해 승계 자금의 키를 쥐고 있는 계열사다. 작년 CJ파워캐스트의 848억 원 매출 중에서 CJ E&M(65억 원)을 포함한 그룹사 내부 매출은 413억 원에 달했다. 지난 2010년 선호 씨와 경후 씨가 각각 74억3000만 원, 37억1500만 원을 들여 아버지 이 회장으로부터 각각 24만 주, 12만 주를 매입한 후 현재 남매는 각각 24%, 12%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오너가의 지분율이 높은 이 계열사를 이용해 승계자금으로 쓰일 현금 실탄도 마련할 수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작년 100억 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했다. 선호(15.84%) 씨, 경후(4.54%) 씨 지분율을 고려할 때 약 20억 원가량의 배당수익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CJ파워캐스트 역시 작년 50억 원의 배당을 실시해 지분 40%를 들고 있는 오너가는 20억 원의 배당수익을 챙긴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