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삼성전자가 이달 들어 계속된 외국인의 삼성전자 ‘팔자’ 행진에 따른 영향으로 24일 2%대이 급락세를 보였다.
24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02% 떨어진 165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우선주 역시 함께 하락하며 2.50% 떨어진 136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하루 동안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전날보다 4조8167억 원 감소했고, 삼성전자 우선주의 시가총액은 7260억 원 줄었다.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두 종목의 급락은 전체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두 종목의 시가총액 감소분을 합하면 무려 5조2427억 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0.43%를 차지한다. 이날 종가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1303조3425억 원으로 전날보다 0.34% 줄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 두 종목이 코스피 전체를 돌려세웠다는 얘기다.
전날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급락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올해 초 126만 원에서 출발한 삼성전자는 1분기와 2분기 탄탄한 실적에 힘입어 전날인 23일에는 최고가(168만7000원)를 경신하는 등 고공행진을 지속해 왔다.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거뜬히 180만 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예측이 잇따랐다.
하지만 매매동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사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바구니에서 꾸준히 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1일과 18일을 제외한 모든 거래일에 삼성전자를 팔았는데, 이 기간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만도 6295억 원에 달했다. 지난 1일 51.25%였던 삼성전자 외국인 보유비중은 24일 50.99%로 뚝 떨어졌다.
외국인의 ‘팔자’는 최근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그 규모가 더욱 커지는 중이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에도 외국인은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기간에 주식을 처분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2~3개월새 높은 수익률을 냈고 이미 가격도 올라있는 상태에서 삼성전자가 물량을 받아주니 매도를 늘려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앞으로도 삼성전자 비중을 줄여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삼성전자를 따라가기보다는 삼성전자가 차별화 끝에 코스피와 키맞추기를 하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지켜보려는 관망심리도 삼성전자에 대한 자금유입을 제한할 수 있는 요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삼성전자 차익실현에 나설 경우 코스피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몇 개월간 코스피의 삼성전자 ‘쏠림현상’이 꾸준히 심화왔다”면서 “사실상 삼성전자가 코스피 지수 전체를 들어올린 셈인데, 들어올린 힘이 갑자기 사라지면 그만큼 내려앉는 충격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