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전격적인 통합 합의에도 공동 집행부 체계를 유지하는 등 갈등의 요소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절차상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드러나 지나치게 단일 노조 출범만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오는 26일 분리 운영되던 옛 하나ㆍ외환은행 두 노조는 각각의 조합원들에게 통합 노조 출범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하나은행의 노조 조합원은 약 7000여 명, 외환은행 노조 조합원은 5000여 명 수준으로 각각의 노조 모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둘 중 한 곳이라도 반대 의견이 많으면 통합은 무산된다.
두 집행부는 총 투표에서 찬성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외환노조 반대파의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노조 통합에 반대하던 쪽에선 두 은행 간 직급체계ㆍ복지ㆍ급여 등 다른 부분이 많고, 시간적으로 촉박하지 않은 만큼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특히 통합 합의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견을 먼저 묻지 않고 합의된 사안을 조합원들에게 나중에 묻는 비상식적인 절차가 반대하는 이들에게 불만을 야기하고 있다.
금융 노조 관계자들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선 집행부 간 합의 전에 조합원들의 의견을 먼저 묻는 것이 정상적인 수순”이라며 “‘선합의 후투표’와 같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다면 반대파에게 적지 않은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양측 노조 집행부에선 상호 간 많은 부분의 양보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통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통합 합의 조건은 공동위원장 체제와 집행부 양측 동수 구성 등이다. 노조 위원장 임기에 맞춰 3년간 공동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런 체제가 두 노조 집행부가 잔존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무늬만 통합이라는 점이다.
반대 측 입장에서 아직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계속돼 온 것도 이런 맥락이다.
오히려 외환 노조의 반대뿐 아니라 하나 노조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급여가 하나은행 직원들 대비 평균 800만 원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 노조 일각에선 외환과 같은 수준으로 급여를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이거나 전 직원 급여 체계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외환 노조 측은 연차나 근속 연수 등의 조건이 다르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 노조에서 총투표가 진행될 경우 하나 측 조합원의 이해관계가 더 잘 반영될 수 있다.
이해관계가 전혀 다른 문제에서 사측과 합의해야 한다는 점에서 내홍의 불씨가 남아 있는 셈이다.
노조 관계자들은 이른 통합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거 하나은행도 지난 2002년 12월 서울은행과 통합할 당시 5년 뒤인 2007년에야 통합노조가 출범했고, 신한은행과 조흥은행도 노조 통합은 3년 가까이 걸렸다.
통합은행 출범 불과 1년 만에 노조 통합을 이뤄낸 것은 함영주 은행장의 입지와도 연결된다.
함 행장은 임기 내 통합을 마무리하고 연임을 준비하기 위해 시기를 앞당겨 달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노조의 한 관계자는 “앞서 은행 간 합병을 이뤄낸 은행들이 노조 통합 시기가 늦춰졌던 것은 상호 조합원의 이해관계 조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분리된 상태에서 조합원들의 의견이 더 잘 반영될 수 있다는 면에선 통합이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