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도가 높은 커플도 데이트를 할 때 큰 고민거리로 다가오는 것 중 하나는 식사 메뉴를 정하는 문제이다.
대중가요 가사에도 '난 피자, 넌 순두부'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메뉴의 선정은 늘 고민거리로 작용하며, 특히 두 사람이 이견이 있을 때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메뉴선정의 고민은 비단 연인 사이에서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끼리 외식을 할 때 부모님·자녀가 함께 사는 집안이라면 부모님과 자녀의 입맛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이 어린 자녀들은 피자집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을 선호하는 반면 부모님은 한정식집을 편히 여기기 때문이다.
창업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남성과 여성, 어른과 아이가 선호하는 외식메뉴는 다르다"며 "지난 10여 년간 외식업체들은 한식보다는 여성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서양식에 치중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는 서구화바람이 불고 여성과 젊은층들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외식시장이 서양식 위주로 쏠리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피자·스파게티·스테이크 등 서양 요리가 주를 이루던 외식 시장에 '밥'을 이용한 메뉴를 추가시키면서 메뉴의 다양화를 꾀해 눈길을 끌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 '베니건스'는 스테이크, 씨푸드, 파스타 등 대표메뉴 외에 오am라이스 등의 밥류를 제공하고 있다.
파스타전문점 '스파게띠아'도 쌀을 주원료로 한 그라탕을, 피자헛은 이탈리아식 볶음밥 리조또를 판매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밥 메뉴의 등장은 최근 가족단위 외식인구 증가때문"이라며 " 보통 어린아이 위주의 외식문화에서 어른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이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분위기도 이같은 변화에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지난 7월 문을 연 라이스&누들 전문점 '가로비'는 스파게티, 쌀국수, 라멘 등의 면류에 낙지덮밥, 제육덮밥 등의 덮밥류와 돈가스, 오므라이스 등 면류와 밥류를 골고루 메뉴화했다.
가로비 김유성 대표는 "그동안 남녀노소의 입맛을 모두 만족시키는 음식점이 흔치 않았다"며 "여성은 면 요리를, 남성은 밥 요리를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서양요리에 한식을 접목시키는 업체들도 있다. 스파게띠아의 고추장만조스파게띠는 고추장을 활용해 매콤 달콤한 소스를 만들었다. 파스타의 고객 층을 젊은 여성에서 중장년층까지 넓히기 위해서다.
쌀국수 전문점 '호아센'은 독특한 향기 때문에 거부감을 가지는 고객을 위해 향초인 '실란트로'를 따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팔각·정향·계피·산초 등 한약재를 넣어 끓여 한식을 좋아하는 어른들의 입맛도 동시에 만족시키고 있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젊은 층이 좋아하는 메뉴중심에서 벗어나 중장년층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 새로운 마케팅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최근 외식시장에서 고객들의 다양한 입맛을 잡기 위해 서양식 위주의 메뉴에 밥을 추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각종 면류에 오므라이스 등 밥 메뉴를 추가해 고객의 니즈를 맞추고 있는 라이스&누들 전문점 '가로비'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