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데 대해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아니 호의적이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구차하고 비루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야당은 부적격 의견을 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언제나 그렇듯 부적격 의견을 깔아뭉갠 채 해외 체류 중 전자결재를 통해 그를 장관으로 임명했다.
거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어차피 익숙한 풍경이니까. 그런데 김 장관은 모교인 경북대 동호회 커뮤니티에 “청문회에서 온갖 모함과 공격을 당한 것은 내가 지방대를 나온 흙수저이기 때문”이라며 여러 억울함을 풀기 위해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는 글을 올려 야당을 자극하고 공격했다.
이것이 해임 건의안 통과를 촉발한 결정적 계기였다. ‘안 그래도 미워 죽겠는데 이런 말까지 해? 이 자를 그냥 둘 수 없어’, 이게 해임 건의의 진정한 속내다.
그 글에서는 같은 대학 출신이면 다 내 편이 돼 줄 것이라는 착각, 나를 이해하거나 도와달라는 선동, 대학 동호회 커뮤니티가 생각과 처지가 같은 사람들끼리의 사적 공간이라고 생각한 무분별을 읽을 수 있다. 좋게 말해 사려와 분별이 모자라고 쉽게 말해 철이 없다. 계절이 바뀌는 걸 모르는 사람을 가리켜 ‘철부지’라고 농담을 한다. 국면과 상황이 달라졌으면 겸손 근신할 줄 알아야 하고 상대방이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야 하는데도 김 장관에게는 그런 소양과 능력이 없었다. 내 생각엔 그래서 그는 장관 부적격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비행기’(비전을 갖고 행동하면 기적을 이룬다)라는 건배사로 김 장관을 비롯한 장·차관들을 격려하면서 흔들리지 말고 일을 열심히 할 것을 촉구했다. 김 장관은 당연히 대통령 뒤에 ‘흔들림 없이’ 서 있게 됐지만, 이어 시작된 국정감사에서는 야당이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고 상대도 하지 않아 투명인간, 식물장관이 되고 말았다.
박 대통령은 불쾌하더라도 해임 건의를 수용해야 했다. 해임 건의에 정치공세 성격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국회에서 통과됐고 김 장관 본인에게 흠결이 있다고 인정된 것도 분명하니 국회를 존중하고 협치를 지향한다면 받아들였어야 한다. 비행기 건배사를 ‘비리 행위 기관장’, ‘비정상 행정부의 기만극’이라고 비꼬고, 그것 대신 ‘박인비’(박 대통령은 인사를 잘해야 비전을 이룰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인사나 잘하고 비행기를 외쳐라)를 들이대는 민심과 너무도 동떨어진다.
김 장관이 스스로 그만둬야 한다.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2003년 9월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주 후 사표를 냈고, 노 전 대통령은 이틀 후 이를 받아들였다. 사표를 더 일찍 낼 수도 있었지만 수해 복구에 전념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로 늦어졌다고 한다. 그 사람인들 왜 억울한 기분이 없었겠는가.
한 부처의 우두머리이며 수석 공무원인 장관에게 중요한 것은 전문성보다 전체를 보는 안목과 도덕성 리더십이다. 존경까지는 몰라도 국민과 해당 공무원들의 신뢰는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출처(出處: 나아가 관직에 오르는 것과 물러나 집에서 거처하는 일)와 진퇴가 분명해야 한다. 명분 없는 출사(出仕)는 삼가고 경계해야 할 일이다. 옛글을 읽으면 비루하다, 구차하다는 말이 수도 없이 나온다. 남들에게 비루해 보이고 언행이 구차해서 비웃음을 산다면 벼슬을 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