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매회사 소더비가 미술품 위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미술 시장이 발칵 뒤집어졌다. 고도로 숙련된 위조 전문가들의 위작 때문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고미술품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소더비가 경매를 통해 840만 파운드(약 120억원)에 판매한 네덜란드 초상화가 프란스 할스의 작품이 위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할스는 ‘황금시대’라 불리는 17세기 네덜란드 미술사의 거장으로 불린다. 소더비는 2011년 중반 당사자 간의 직접 매매 약정을 통해 익명의 미국 바이어에 해당 작품을 판매했다. 그러나 최근 해당 작품에 대해 안료 검사를 의뢰한 결과 이 작품에 사용된 안료가 현대적인 것으로, 17세기 안료가 아니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 위작 스캔들은 올해 초 르네상스 시대 독일화가인 루카스 크라나흐의 ‘비너스(1531)’라는 작품이 위작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터져 논란은 더욱 거세다. 유럽 중부의 입헌군주제 국가인 리히텐슈타인 왕자가 소유하고 있던 이 작품은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전시회에 전시됐다가 위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프랑스 당국에 의해 압수됐다. 위작 논란이 불거진 할스의 초상화와 크라나흐의 비너스 모두 소더비가 관리하는 공급처에서 나왔다. 여기에 소더비가 2012년 약 100만 달러 정도에 판매한 16세기 이탈리아의 화가 파르미자니노 작품 역시 위작 논란이 불거진 상태인데 이 작품 역시 같은 공급처에서 나왔다.
소더비는 성명을 통해 “분석 결과 해당 작품은 의심의 여지없이 위작임이 드러났으며 이에 우리는 해당 작품 판매사실을 무효화하고 고객에게 전액 변상했다”고 밝혔다.
고미술학자인 벤도르 그로브너는 “개인적으로 ‘위작 거장’의 실력이 역대 최고 수준인 것 같다”면서 “작품의 진위 판단은 전문가와 학계 등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서 이들 위작 스캔들이 거장 작품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거장의 작품 중 위작 여부에 대한 판단이 완전히 잘못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논란이 된 세 작품에 대한 행적 문서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생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갤러리 운영업자는 “세 작품 모두 출처나 학문적으로 과거에 존재했던 사실을 증명해주는 문서가 없었다”고 했다.
이같은 위작 논란은 미술 경매 업계에 흔한 일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뮌헨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알렉산드르 루디기어는 “위작이 나오는 것은 흔한 일이며 르네상스 시대 이후 줄곧 있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