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안토니우 구테헤스(67) 전 포르투갈 총리가 내정됐다. 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은 만장일치로 그를 차기 유엔 사무총장 단일후보로 공식 추천했다고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유엔 193개 회원국은 총회에서 다시 표결하지만 통과가 확실시되고 있다.
차기 유엔 사무총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에 구테헤스는 이날 포르투갈 리스본 외교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제일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며 “분쟁과 테러 희생자, 인권침해를 받거나 가난과 불평등을 겪는 이들에게 봉사하겠다”고 약속했다.
구테헤스가 차기 유엔 사무총장에 내정된 데에는 유엔 외교의 장에서 보여준 실무 능력을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는 그가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시리아 정세 등 난민 위기 대응에서 탁월한 수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2005년 UNHCR 최고대표가 된 후 10년 동안 장수했는데, 당시 현장을 중시해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본부 사무국 규모를 3분의 1로 줄이고 더 많은 인력을 난민구호 현장에 배치했다. 덕분에 시리아·이라크·남수단·리비아 등지에서 엄청난 난민이 발생했을 때 UNHCR의 위기 대응 능력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유엔은 난민 문제와 북핵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그러나 분쟁 해결에 있어서 사무총장 선정에 이르기까지 안보리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회원국이 불만을 갖고 있다. 이에 올해는 유엔 사상 처음으로 유엔총회 회의장에서 후보자 공개 토론이 열렸고, 후보자의 소신 표명과 답변이 이번 인선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들은 “공개 토론회에서 구테헤스의 답변이 단연 돋보였고 신뢰가 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기다 한 나라의 총리를 지낸 경력과 유엔의 한 조직의 최고대표로서 활동한 경험도 도움이 됐다. 미국 서맨사 파워 주 유엔 미국 대사는 “매우 납득이 가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후보”라며 구테헤스를 치켜세웠다.
구테헤스는 제9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내년 1월부터 5년간 유엔을 이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