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개고기가 없어서 못 먹던 사람이다. 집에서 개를 기를 때, 그걸 먹고 들어간 날(당연히 술도 거나해져서)엔 개를 붙잡고 얼굴에 입김을 쏘아대며 “나 오늘 뭐 먹어었게?” 하고 성가시게 했던 인간이다.
그런데 그 녀석이 4년 전 극진한 간호와 간절한 정성에도 불구하고 ‘종합병원적 지병으로 요절’한 뒤부터는 개고기를 딱 끊었다. 지금도 가끔 그놈이 생각나면 책을 물어뜯어 찢었다고 예배당 종 치듯이, 오뉴월 개 패듯이 팬 걸 후회하곤 한다. 보고 싶다.
전에 어떻게 먹었나 싶을 정도로 개고기를 봐도 식욕이 동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개고기 먹는 사람들을 혐오하거나 경멸하지는 않는다. 나 때문에 모임이 제한되거나 메뉴를 정할 때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아 미안할 뿐이다(무슨 성인군자처럼 말했지만 어디까지나 진심이다.)
개고기를 먹는 것은 독특한 생활습관이고 유구한 식문화전통일 수 있다. 외국에서도 개고기를 먹는 곳이 많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개고기를 혐오하듯 우리가 외국의 고유한 음식에 혐오감을 느끼는 경우도 흔하다.
세계 최대 도그 쇼인 ‘월드 도그 쇼(World Dog Show)’의 2019년 개최지로 중국 상하이(上海)가 선정된 이후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개고기를 먹는 나라에서 무슨 도그 쇼냐는 거다.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 광시좡족(廣西壯族)자치구의 위린(玉林)시에서 매년 6월 하지에 열리는 개고기 축제다. 양귀비가 먹고 예뻐졌다는 이곳 특산 과일 리치와 함께 개고기를 즐기는 축제기간에는 개, 고양이 1만여 마리가 죽어나간다고 한다.
국내외에서 반대 캠페인이 거세지만 시 당국은 민간에서 하는 일이며 고유 풍습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개고기 먹는 풍습도 몇 년 지나면 많이 달라질 것 같다. 개고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여름이 다 가고 가을이 짙어지는 시기에 이렇게 개고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남이 잃어버린 개를 얼씨구나 하고 먹은 사람들 때문이다. 귀여운 올드 잉글리시 쉽독 한 마리가 집을 나가 주인이 애타게 찾는 사이 먼 동네 주민 네 명이 잡아먹었다고 적발됐다. 열 살 먹은 그 개는 천수가 더 남아 있는데 비명횡사를 한 셈이다.
이들에게 적용된 것은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인데, 일부러 잡아먹은 거라는 주인의 주장과 달리 주민들은 죽은 걸 버리자니 아까워서 먹은 것뿐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들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처벌하라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산 걸 잡아먹었는지 죽은 걸로 보신을 한 건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나 보다.
가족같이 아끼다 잃어버린 애완견을 ‘점유이탈물’이라니, 개 사랑하는 사람들로서는 기가 막힌 일이다. 점유이탈물이란 ‘점유자의 의사에 의하지 아니하고 그 점유를 떠났으되, 아직 누구의 점유에도 속하지 않는 물건’이다. 그러니 어디까지나 내 것이 아니다. 내 게 아닌데 왜 먹나? 개만도 못한 사람들 아닌가. 정말 개판인 세상이다. 내가 하는 영어로 ‘dog table’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