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신청 절차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공탁을 해서 빨리 배를 움직이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다.”
법무법인 바른의 박제형(47·사법연수원 32기) 변호사는 16일 인터뷰를 통해 최근 불거진 ‘한진 샤먼호’가 묶인 상황에 관해 이같은 해법을 제시했다.
문제는 한진 샤먼호가 법적으로 특수목적법인(SPC) 소유이고, 한진해운은 사실적 소유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의신청 절차를 밟으려면 한진해운 재산에 대한 압류 금지를 간접 소유까지 넓힐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좋은 결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박 변호사의 전망이다. 한진 샤먼호를 시작으로 해외 채권자들이 국내에 정박한 국적취득부 용선(BBCHP)을 추가로 묶어놓을 수 있는 일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스테이오더를 받았는데, 국내에서 이렇게 배가 묶이면 법원도 답답할 겁니다. 배가 돌아다니지 못하면 한진해운 회생은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한진해운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배는 몇 척 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 들어오는 선박에 대해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굉장히 높아요.”
실제 박 변호사는 다른 해운회사 회생 사건을 맡으면서 똑같은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다. 당시 채권자 문제로 평택항에 들어온 배가 나갈 수 없었다. 이의신청을 내 법적 판단을 받는 것도 고려했지만, 물류산업 특성상 시간을 아끼기 위해 법원에 일정 금액을 공탁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 회사는 현재 회생절차가 종결돼 시장에 복귀했다.
개별 선박 문제를 떠나 한진해운 회생절차 전체가 결국은 시간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 박 변호사는 법원에 ‘인가전 영업양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미국의 리먼브라더스나 GM, 크라이슬러도 이 방식으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회생절차가 진행됐습니다. 한진해운은 시간이 지날 수록 계속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데, 기업가치가 더 손상되기 전에 빨리 분리 매각을 해야 해요. 단순히 하청업체가 없다고 볼 문제가 아닙니다. 한진 사태 이후에 레몬값이 두배가 됐다잖아요? 보이지 않는 손해가 큰 거죠. 빨리 살릴 부분은 살리고 아닌 부분은 처분하고 정리해야 합니다.”
한진해운에 수백억 원의 지원금이 추가됐지만, 피해를 위한 회복비용으로 쓰이는 정도일 뿐 자체적 회생에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법조계에서는 한진해운이 사전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회생절차에 들어온 점도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이 초반에 선임한 법무법인의 경우 해운업체 회생사건 경험이 전무한 곳으로 알려졌다.
“해운사 사건은 해외로펌과의 연계업무가 중요합니다. 제휴라인이 튼튼한 곳이 필요하죠. 회생절차의 경우 배가 움직이는 스케줄에 맞춰서 현지 로펌을 섭외해서 스테이오더를 받아야 하고, 선박 소유관계 문제 때문에 일반 회사와 금융구조가 다르다는 점에 대한 전문지식도 필요합니다. 회생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자문을 받는다면 더욱 좋겠죠.”
박 변호사는 2006년부터 법무법인 바른에서 일하며 기업도산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대한시멘트와 성원건설, 쌍용기계공업, 롯데관광개발 등의 기업회생 사건을 처리했다. 현재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기업심사위원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