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의 무상감자를 결정하고 공시 전 차명주식을 미리 처분한 코스닥 상장사의 전 대표가 구속됐다. 회사 주식을 개인적인 대출의 담보로 제공한 횡령 혐의도 포착돼 검찰이 수사 반경을 넓히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코스닥 상장사인 엠젠플러스 전 대표이사 A(54) 씨를 미공개정보 이용과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는 A씨를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고발 조치했지만 검찰의 추가 수사 결과 횡령과 배임 혐의도 드러났다.
당시 금융위는 A 씨가 엠젠플러스 주식의 5대1 비율 감자를 실시하기로 하고 정보가 공개되기 전 차명으로 보유하던 주식을 전량 매도한 것으로 파악했다. A 씨는 이를 지인 3명에게도 알려 주식 매매에 이용해 총 7억여 원 규모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A 씨가 회사 주식을 개인 대출의 담보로 제공하거나 회사의 법인자금을 자신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던 회사에 부당하게 대여한 정황도 포착했다. 회사의 2014~2015년 사업보고서와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회사가 담보로 제공한 주식과 대여한 법인자금 규모는 3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하게 담보로 제공된 주식과 대여금의 반환 여부에 대해 엠젠플러스 측은 “현재로서는 확인해줄 수 있는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A 씨는 2012년 취임 후 엠젠플러스가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던 바이오 사업을 회사 주력 사업군으로 정비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지난해 10월 대표 자리를 내려놓게 됐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이번 사건이 최근 잇따른 기업사냥꾼의 고의적 주식 불공정거래와 비슷한 사례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복수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 씨는 금융당국 조사 중에도 기업 인수 후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자금 마련을 위해 저지른 범죄임을 호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 특별한 불공정거래 전력도 없어 애초에 다른 목적을 가지고 회사를 인수한 것은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공개정보 이용뿐 아니라 횡령과 배임까지 수사가 확대되면서 회사 재무제표를 감사한 회계법인 등 감사인에 대한 추가 수사 여부도 주목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검찰 조사를 통해 감사인이 재무제표 검토에 허점이 있었거나 적극적으로 공모한 사실이 적발된다면 금융당국에서 행정적 제재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