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정부세종청사 관리사무소 종합상황실 방호관들이 회식하는 저녁 자리에서다. 이날 저녁 자리는 방호사무관 명예퇴직자를 위해 방호과장을 비롯하여 방호보안관, 방호 차·부장 등 종합상황실 방호관 10여 명이 마련했다.
그런데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욕설과 고성이 오가더니 끝내 멱살잡이와 집단폭행이 이어졌고 회식 장소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A 방호관을 다른 방호관 여러 명이 집단 구타하면서 결국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혔다.
현재 집단폭행을 당한 A 방호관은 치아 2개와 갈비뼈 3개가 부러지는 큰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 중이다. 집단폭행의 단초는 더 충격적이다. 집단폭행의 피해자인 A 방호관이 종합상황실에 근무하는 일부 방호관들이 근무하지 않은 시간외 근무수당을 부당하게 청구하고 있다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A 방호관은 “일부 일근 방호관(9시~18시)들이 근무하지도 않은 시간외 근무수당을 한 달에 적게는 100시간에서 많게는 130시간이 넘게 청구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 이에 당사자로 지목된 다른 방호관들과 시비가 붙었고 집단폭행으로 이어졌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정부세종청사 관리사무소 종합상황실에 근무하는 방호관들의 경우 시간외 근무를 자동으로 입력하는 방식이 아닌 수기로 쓰는 허점을 이용했다는 구체적인 설명도 곁들였다. 이는 명백히 위법한 행위를 통해 시간외 근무수당을 부정으로 수령한 것으로,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또는 해당 법령에 따라 중징계를 가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에 관리사무소 측은 집단폭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시간외 근무수당의 부정수급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관리사무소 고위 관계자는 “회계시스템상 시간외 근무수당을 부정으로 수급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관리사무소가 집단폭행 사실을 쉬쉬하면서 내부적으로 함구령을 내리며 이를 덮으려고 한 의혹이다. 관리사무소에서 별도로 방호 차·부장들을 불러 부원들에게 소문이 퍼지지 않게 입조심을 하라는 지시였다.
관리사무소가 강도 높게 방호관들에게 입단속을 시키고 있지만 내부 방호관들의 불만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들끓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리사무소는 징계마저 미적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공무원 징계는 5급 이상은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서 처리하고 6급 이하는 부처 내에 보통 징계위원회를 구성해 징계의 수위를 결정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경징계로 끝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집단폭행도 그렇거니와 불법으로 국민의 혈세를 횡령한 의혹은 사안의 경중을 헤아려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청사 관리사무소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가 사실 확인을 통해 합당한 제재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