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인 중국이 미국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는 속내는 복잡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누가 됐든 중국과의 관계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왕이웨이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트럼프가 미국 대중의 심리를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미국인은 현재 상황에 만족하고 있지 않다”며 “그가 이길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는 적어도 자신의 메시지를 미국 전역에 보냈다”고 밝혔다.
우신보 상하이 푸단대학 미국연구소 소장은 “중국 정부가 차기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에서도 양국 관계를 특별히 우려하지는 않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격차는 최근 수년간 좁혀졌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그렇다”고 강조했다.
왕이웨이 교수도 “중국 대중이 미국 대선에 높은 관심과 호기심을 보였지만 정책 입안자들은 매우 평온했다”며 “일대일로(현대판 실크로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으로 중국은 이전보다 미국에 덜 의존하고 있다. 리더십이 교체되더라도 지금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SCMP는 중국 정부가 내심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보다 클린턴을 더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2011년 10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천명했을 때 이 개념을 창출한 것이 바로 클린턴이었다는 것이다.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본격화한 것도 바로 이때부터였다.
트럼프도 ‘중국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협상할 여지가 있다고 중국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트럼프는 3차 TV토론에서 “중국 지도자들이 미국 정치인보다 더 영리하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동맹국에 대한 안보 지원을 줄여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한국에 배치될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이는 중국으로서는 기꺼워할 만한 일이다.
한편 중국 관영언론들은 이번 대선이 미국 민주주의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여실한 사례라며 중국 체제 우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장즈신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소 미국 정치 전문가는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에 기고한 글에서 이번 미국 대선의 혼란을 지적하면서 ‘민주주의의 기능 장애’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대선은 앞으로도 미국에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될 것”이라며 “바닥까지 추락한 미국 대선은 사람들을 계속 오도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