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빅테크, 실적 실망감에 지난주 시총 410억 달러 증발

입력 2024-11-25 17:02 수정 2024-11-2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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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한 아이디어 등 전략 부재 우려 고조
주요 기술주 주가, 고점 대비 21% 폭락
“제로코로나 당시보다 상황 안 좋아”
“성장주 아닌 경기 순환주 모습 보여”

중국 빅테크 기업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재입성을 앞두고 미·중 갈등 격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다소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한 영향이다. 또 자체 생존전략이 아닌 중국 당국의 경기부양책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 불안을 더 고조시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텐센트와 알리바바그룹, 징둥닷컴(JD닷컴), 바이두, 핀둬둬(PDD홀딩스) 등 중국 5대 IT 기업 시가총액이 지난주 410억 달러(약 57조3100억 원) 넘게 증발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주요 기술기업의 주가를 추종하는 항셍테크지수는 10월 고점 대비 21% 넘게 폭락했다.

이들의 주가 하락 배경에는 ‘감동이 없는’ 3분기 실적이 있었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이들 5개사 매출 증가율은 증권사 애널리스트 전망치에 못 미치거나 예상에 간신히 부합했다. 과거 중국 IT 기업들이 항상 시장 예상을 큰 폭으로 뛰어넘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투자자들이 진짜 우려하는 대목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성장 목표를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알리바바는 코로나19 직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공격적인 확장에 나섰으며, JD닷컴도 해외 시장 개척에 대한 엄청난 의지를 피력했다. 텐센트는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금융을 접목해 핀테크를 아우르는 빅테크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설정하며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2020년 대대적으로 IT 기업들을 규제하면서 이들의 기세는 크게 꺾였다. 여기에 소비침체 장기화마저 겹치면서 성장에 대한 의지를 상실하게 됐다.

일례로 알리바바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치열해진 시장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지출이 늘어났다는 변명을 늘어놓기에 바빴다는 평가를 받았다. 초저가 공세로 급부상한 테무 모회사인 PDD도 향후 매출 성장을 위한 이렇다 할만한 경영전략을 내놓지 않아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중국 내에서 인공지능(AI) 선두기업으로 꼽히는 바이두마저 미국에 대적할만한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대신 이들 기술기업 대부분은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다음 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면서 정부에 기대는 모습을 보였다고 블룸버그는 꼬집었다.

그러나 전망 또한 낙관적이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홍콩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샤 가르시아 헤레로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빅테크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인 5년 전은 물론 정부가 제로코로나 정책을 펼쳤던 2022년보다 더 나빠졌다”면서 “기술 섹터는 미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려는 정부의 지원을 받고는 있지만, 여전히 문제가 있는 섹터”라고 우려했다.

중국 기술주가 이제 ‘성장주’가 아닌 ‘경기 순환주’ 양상을 보인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홍콩 소재 다이와캐피털마켓의 존 최 애널리스트는 “기술 부문이 더는 예전처럼 구조적인 성장을 주도하는 산업이 아니라 훨씬 더 경기 순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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