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체조요정’ 손연재의 뒤를 이을 리듬체조선수 박민서(용인 신촌초등 5년). 리듬체조특성상 유럽이나 러시아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한다는 것과 달리 그의 입문은 조금 늦었다. 9살 때다.
유난히 체력이 약했던 그는 어릴 때 병을 달고 살았다. 걸어 다니는 ‘병동’이었을 정도로 엄마는 늘 아이를 등에 업고 응급실을 향했던 기억밖에 없다고 한다.
감기며 바이러스는 빠지지 않고 모두 걸렸다. 심지어 소아에서 발생하는 원인 불명의 급성 열성 혈관염인 가와사키병까지 앓으면서 면역력이 최하로 떨어져 아이의 건강 상태가 늘 걱정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엄마처럼 한국무용을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고행길을 뻔히 아는 엄마의 반대에 부딪쳤다.
그래서 부모가 생각해 낸 것이 건강한 신체를 만들어 주기위해 취미삼아 리듬체조를 시켰다. 그런데 취미가 그 이상의 꿈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국가대표 출신의 유니버시아드 메딜리스트 김라원 코치를 만나면서 새로운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리듬체조는 줄, 후프, 공, 곤봉, 리본 등의 수구(手具)를 이용해 반주 음악의 리듬에 맞춰 신체 율동을 표현하는 스포츠. 보는 아름다움과 달리 체력과 기술, 그리고 예술을 접목하는 고난이도 운동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근육 및 인대파열, 잦은 허리통증과 발목부상이 찾아왔다. 특히 그는 원래 체력에 약한 탓에 이는 더욱 심했다.
엄마의 DNA를 물려받은 탓일까.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기량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졌다. 자신감을 얻는 그는 한눈을 팔지 않고 훈련에 매달렸다. 늦게 배운 만큼 남보다 연습량을 2배로 늘렸다. 시간이 나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또래들과 달리 러시아나 유럽의 리듬체조 동영상을 보았다. 이를 보면서 그는 세계 각국의 수많은 선수들의 작품과 음악과 의상, 컨셉트, 스텝과 동작 등을 분석하며 기억했다.
그의 끼와 재능을 남달리 여겼던 김라원 코치는 배운지 채 6개월이 되기 전에 10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오사카 RG프렌드십 인비테이셔널 쇼인컵 프리주니어 그룹에 출전시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동메달을 땄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은메달에 이어 3월 아시아권의 내노라하는 선수들을 체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4월 경기도 대회에서 6학년 언니들을 제치고 후프종목 1위에 올라 소년체전에 경기도대표로 출전해 4위를 했다. 그리고는 지난달 청소년국가대표에 선발됐다.
9월 열린 KBS전국리듬체조대회. 리우올림픽을 마친 손연재가 응원차 대회장을 찾았다. 이것이 인연일까. 박민서가 손연재의 눈에 들어왔다.
박민서의 연기를 유심히 살펴봤던 손연재는 그에게 칭찬도 해주고, 보완해야할 것도 말해주었다. 롤모델의 고언을 들은 박민서는 자신감과 열정을 마음에 새기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됐다.
“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박민서가 하루에 8시간씩 구슬땀을 흘리는 결실을 언제쯤 볼 수 있을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