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권자들은 대통령선거와 함께 상원의원 34명과 하원의원 전원을 뽑는 총선도 치르게 된다. 이에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됐든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이기든 누가 차기 대통령에 오르더라도 의회와의 교착상태에 직면할 전망이라고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현재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상원은 막상막하의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은 계속해서 하원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임기 초부터 차기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FT는 전했다.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은 취임하고 나서 첫 2년간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 기간 금융개혁 입법인 도드-프랭크 법안이 통과됐으며 건강보험개혁법안인 오바마케어도 의회 관문을 통과했다. 그러나 민주·공화 양당이 극한 대립을 펼친 가운데 의회에서 여당이 다수당 지위를 잃으면서 지난 2013년 정부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된 것은 물론 이후에도 여러 차례 비슷한 위기를 넘겨야 했다.
현재 대선이나 총선 유세 분위기도 초당파적인 협력과는 거리가 멀다고 FT는 꼬집었다. 공화당 의원 후보 대부분은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의회가 클린턴의 아젠다를 무조건 승인하는 ‘고무도장’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주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가진 클린턴 지원 유세에서 “많은 공화당원이 트럼프가 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벌써 전례 없는 의회의 기능 마비를 약속하고 있다”며 “이들 공화당 의원 후보가 제시하는 것은 수년 간의 조사, 수년 간의 청문회, 더 많은 셧다운, 정부 업무에 대한 더 많은 방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낙관론자들은 8일 대선과 총선이 끝나면 양당의 대립이 다소 완화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유권자들이 현 정치에 불만을 품은 것이 분명한 만큼 양당이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현실은 이런 낙관적 전망과는 반대가 될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만일 트럼프와 공화당이 대선과 총선을 모두 휩쓸게 되면 트럼프를 극도로 혐오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의사방해자로 변모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석 상원에서 공화당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해도 최소 기준인 60석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가 승리하면 그에 대해 공공연하게 반대를 표명했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클린턴이 당선돼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질 전망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현재 공석인 대법관을 클린턴이 지명하면 공화당이 무기한 반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클린턴의 너무 낮은 호감도도 문제라고 FT는 꼬집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조사에서 미국인의 55%는 클린턴이 비호감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