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소비자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데 따른 현상이다. 하지만 일반의약품 시장은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식품업체나 제약기업들이 규제가 덜한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홈쇼핑 광고 등을 통해 집중 공략하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6년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강기능식품 생산실적은 1조8230억원으로 전년대비 11.8% 늘었다. 지난 2008년 8030억원에서 7년 만에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 중이다.
시장에 뛰어든 업체도 급증했다.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는 487곳으로 2005년 310곳보다 57.1% 늘었다. 또 2005년 이후 10년 연속 증가세다. 건강기능식품 수입업체도 지난해 3596곳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일상 속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기능식품의 수요가 많아진 것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일반의약품 시장이 장기간 침체에 빠진 것을 감안하면 단순히 건강에 대한 관심 고조만으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팽창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지난해 일반의약품 생산실적은 2조4342억원으로 2008년 2조5454억원보다 4.4% 감소했다. 2008년에는 일반의약품 생산 규모가 건강기능식품보다 3.2배 컸지만 지난해에는 0.3배 수준으로 격차가 좁혀졌다.
건강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는데도 일반의약품 시장은 축소되는 기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일반의약품 시장을 상당 부분 잠식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질병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의약품과는 달리 질병의 직접적인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거나 생리기능 활성화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식약처가 동물시험, 인체적용시험 등 과학적 근거를 평가해 인정한 기능성원료를 사용하면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의약품보다는 시장 진입 장벽이 낮다. 의약품은 보건당국이 인정한 수준의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해야 허가받을 수 있다.
일부 성분의 경우 의약품은 건강기능식품에 비해 사용 제한이 더욱 엄격하다. 백내장 등을 치료하는데 보조요법으로 사용되는 `루테인`은 건강기능식품에는 10~20mg을 함유할 수 있다. 그러나 루테인이 의약품에 사용된 적이 없다는 이유로 루테인 함유 의약품을 허가받으려면 신약에 준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필수 영양성분중 하나인 `미네랄`도 국내에서 의약품으로 사용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미네랄 함유 의약품은 별도의 안전성 자료가 필요하다.
건강기능식품 제조품목 수는 2010년 8526개에서 지난해 1만8956개로 5년 만에 2.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의약품의 품목 수는 6401개에서 5624개로 도리어를 12.1% 감소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에 비해 광고 규제도 자유롭다는 점이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식품 및 제약기업들이 홈쇼핑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펼치면서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약품은 홈쇼핑 광고가 불가능하다.
지난해 가짜 원료 파동을 겪은 백수오 관련 건강기능식품도 홈쇼핑을 통해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된 대표적인 사례로 분석된다.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의 기능성을 인정받은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은 생산실적이 2011년 41억원에서 2014년 1193억원으로 3년새 무려 29배 확대됐다. 그러나 가짜 원료 파동이 불거지면서 지난해 생산실적은 380억원으로 축소됐다.
‘관절 및 연골 건강에 도움’ 기능성을 인정받은 글루코사민은 2005년 생산 규모가 643억원에서 지난해 3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글루코사민은 한때 홈쇼핑 광고의 단골 메뉴였다. 흔히 ‘좋은 유산균’으로 불리는 프로바이오틱스는 2005년 144억원에 불과했던 생산 규모가 지난해 1579억원으로 치솟았다.
건강기능식품의 낮은 규제를 이용해 제약사들도 적극 뛰어드는 추세다. 일부 제약사의 경우 일반의약품으로 판매하던 제품이 효능 재평가 대상으로 지정되자 허가를 자진 취하하고 제품명만 바꾼 이후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받고 판매하는 ‘꼼수’를 펼치기도 한다. 건강기능식품 허가 요건이 의약품보다 까다롭지 않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모두에 사용할 수 있는 비타민 제품의 경우에도 제약사들은 의약품보다는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하는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에 비해 안전관리 규제가 엄격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광고할 수 있어 매력적인 분야로 각광받는 추세다”면서도 “상당수 제약사들은 일반의약품보다는 건강기능식품을 선호하고 있어 일반의약품 시장 침체가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