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대형 세단 지각변동] “3만 대 ‘임원차 특수’ 잡아라”… 車 업계 소리없는 전쟁

입력 2016-11-14 11:02 수정 2016-11-1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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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그랜저 HG’ ‘K7’, 르노삼성 ‘SM7, 한국지엠 ‘알페온’… 주춤했던 수입차도 가세

자동차업계가 연말 임원 인사를 앞두고 법인 수요를 잡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시장 점유율 60%대가 무너진 현대ㆍ기아자동차는 법인 스테디셀러 모델인 ‘그랜저 HG’와 ‘K7’을 통해 연말 법인 수요에 박차를 가한다. 5년 만에 새 옷을 갈아입고 이달 중순 출시되는 ‘그랜저 IG’ 역시 히든 카드다.

신차 흥행으로 완성차 3위에 안착한 르노삼성자동차는 사양을 대폭 끌어올린 ‘SM7 LPe 프리미엄 컬렉션’을 출시했고, 한국지엠은 최근 판매량이 늘고 있는 ‘알페온’을 앞세워 그랜저발(發) 준대형 세단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과세 강화로 주춤했던 수입차 역시 롤스로이와 랜드로버를 중심으로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5대 완성차 업체, 연말 점유율 끌어 올리기 사활 = 자동차업계에서는 기업 임원 차량 시장 규모가 3만 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회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상무ㆍ전무급은 준대형인 ‘그랜저’ㆍ‘아슬란’ㆍ‘K7’ 등을 탄다. 부사장 및 사장이 되면 ‘체어맨’과 ‘제네시스’, ‘K9’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연말 임원인사를 앞두고 자동차업계가 점유율 확대를 위해 법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며 “‘K9’과 ‘체어맨W’ 같은 고가 모델부터 ‘SM7’ㆍ‘그랜저HG’ 등의 준대형세단까지 골고루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협회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의 ‘제네시스 G80’의 판매량은 4876대를 기록했다. 연말을 앞두고 법인 수요가 몰리면서 전달(3500대)보다 40%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아슬란’도 98대에서 240대로, 한 달 만에 판매량이 145% 급증했고, 현대차의 ‘그랜저HG’(3268→3527대)와 르노삼성의 ‘SM7’(511→635대)도 큰 인기를 끌었다.

젊은 최고경영자(CEO)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기아차의 ‘K9’도 같은 기간 판매량이 30%(154→199대) 가까이 급증했고, 회장님 차로 더 잘 알려진 쌍용차의 ‘체어맨W(56→66대)도 꾸준히 팔렸다. 정의선 부회장이 야심 차게 내놓은 현대차 ‘제네시스 EQ900(976→965대)’은 7월 이후 판매 상승곡선이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1000대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했다.

◇과세 강화로 주춤했던 수입차 기지개 = 지난해 업무용 차에 대한 과세 강화로 판매 비중이 급감했던 수입차들도 점유율 늘리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법인 차량은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유지비와 수리비ㆍ임차료ㆍ자동차세 등을 연 1000만 원까지 조건 없이 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단 1000만 원이 초과하면 운행일지를 기록해 차량을 업무용으로 사용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39%였던 수입차의 법인판매 비중은 올해 상반기 34%로 5%포인트 급감했다. 하지만 7월 판매 비중이 40%로 급등한 뒤 8~9월에도 30%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93%를 기록하던 롤스로이스의 법인 판매 비중은 지난 9월 98%로 치솟았다. 올해 판매된 42대 중 41대를 법인에서 샀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재규어 역시 52%에서 66%로 14%포인트 증가했고, 랜드로버 역시 개인 판매보다 법인 판매 비중이 6%포인트나 더 높았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과세 강화로 법인판매 비중이 주춤하긴 했지만, 운행일지 작성 규정이 허술해 편법으로 운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며 “업무용 고가차량에 대한 세제 혜택이 더 크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수입차를 찾는 법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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