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장기화와 구조조정 여파에 맞물려 최순실 게이트로 동력을 상실한 우리 경제에서 가계 역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실질적인 소득과 소비는 줄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적자가구 비율도 반등했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에 따르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44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0.7% 늘었다. 그러나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0.1% 감소했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7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0.7% 늘었지만, 이 역시 실질소비는 0.1%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구들은 식료품과 보건 등의 지출을 줄였지만, 전기요금과 보험료 등에 들어가는 돈이 늘어났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지출은 36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2% 감소했다.
보건에 대한 지출은 17만 원으로 3.8% 감소했다. 치과서비스 지출이 12.3% 줄고, 입원서비스도 10.8% 줄었다.
반면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24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0.6% 증가했다. 전기요금 증가로 주거용연료비 지출이 4.9% 늘고, 실제주거비도 5.0% 늘면서 이를 견인했다.
비소비지출의 경우 83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0.5% 증가했다. 보험료 인상으로 사회보험과 연금 지출이 각각 3.9%, 5.5% 늘고 경상조세도 3.3% 늘었다.
고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의 양극화는 심화되는 양상이다.
소득 5분위별 가계수지에서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소득은 141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9% 감소했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는 854만5000원으로 2.4%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인 평균소비성향은 소득 1분위가 112.0%로 7.1%포인트 상승했다. 5분위 가구는 60.6%로 0.8%포인트 내려갔다.
5분위의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81배로 지난해(4.46배)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런 여파로 2인 이상 가구의 적자비율은 21.6%를 나타내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소득 1분위와 2분위 가구의 적자비율은 올라간 반면 5분위 비중은 내려갔다.
3분기 전국의 적자가구 비율은 2011년 28.2%, 2012년 24.6%, 2013년 23.3%, 2014년 22.0%에 이어 지난해 20.8%로 최근 5년간 하락세를 이어온 바 있다.
김보경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양극화 심화 현상의 원인으로 “인구 고령화로 은퇴자가 늘면서 시장소득이 0에 가까운 고령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목하며 “지난 1~2년간 기초연금 상승효과로 1분위 소득이 증가세를 보였는데, 최근에 다시 소득 마이너스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