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부터 실손의료보험은 ‘단독형’으로만 판매된다.
문제가 많았던 주계약에 특약으로 실손의료비용을 보장하는 ‘특약형’ 상품은 더이상 가입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단독형 신상품도 보험료 인상 우려 등으로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일부 영업 현장에서는 “기존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내세우며 특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단독형 상품을 실손보험 개혁의 핵심으로 내세운 것은 그만큼 특약형 상품의 폐해가 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판매돼 온 특약형은 고비용 구조였다. 실비 보장만 희망하는 가입자들이 암과 사망보험이 주계약인 상품에 가입했다. 보장이 넓으니 보험료도 월 10만 원 안팎으로 비쌌다. 현재 단독형은 월 1~3만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실손보험 가입자 100명 가운데 97명은 고비용의 특약형 가입자다. 지난해 말 기준 단독형 실손 상품 가입자는 전체의 3.1%에 불과하다. 설계사들이 높은 판매수수료를 얻으려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특약형 상품을 판매한 결과다.
문제는 내년 출시될 단독형 상품도 적잖은 맹점이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우려는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손보험 신상품은 크게 2가지 종류의 단독형 상품으로 나뉜다. ‘기본형’, ‘기본형+특약형’이 그것이다. 이 둘은 보장범위 등에서 차이가 크지만, 둘다 실비만 보장하는 단독형이란 점은 동일하다. 기본형+특약형은 과잉의료의 주범이었던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증식치료, 비급여 주사제 등을 특약으로 발라냈다.
우선 특약 항목에서 보험료가 급등할 수 있다.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제 등은 대표적인 과잉진료 항목으로 꼽힌다. 이 부분에 과잉의료가 몰리면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이 증가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우려다.
물론 기본형만 가입할 수도 있다. 금융위는 기본형만 가입하면 기존보다 최대 보험료가 최대 40% 저렴해진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본형도 보험료 인상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형에서 ‘제 2도수치료’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지금처럼 비급여 코드관리가 미흡한 상황에선 기본형에서 도수치료와 같은 의료행위지만 코드만 다른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때마다 특약으로 발라낼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기본형의 보장범위가 축소되고 특약만 늘어나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 탓에 일부 영업현장에서는 “보험료 인상과 보장 축소 우려가 있으니 빨리 가입하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초창기 기본형 상품이 저렴하다고 해도 가입자 입장에서는 보장 범위가 줄어든다는 불안감에 특약형에 가입하려고 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보험료 인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