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성과연봉제 시행이 2018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가 한국수출입은행ㆍKDB산업은행ㆍ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해 성과연봉제 적용 시기를 내후년으로 유예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연내 도입에 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성과연봉제가 정부 출자지분이 과반 이상인 국책은행에서조차 일 년간 유예됨으로써 민간 은행으로까지 확대 시행도 그만큼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 공기업은 이미 올해 상반기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지만, 내년 1월 1일부터 ‘개인’ 성과에 따른 임금 차등 지급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정부에 의한 국책은행 평가 결과가 통상 하반기에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내후년이나 돼야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도 “당해 연도 성과급 산정은 전년도 실적을 기준으로 하는데, 당장 내년부터 성과연봉제가 도입됐다고 해서 성과연봉제로 임금 체계를 개편하지 않은 올해 직원 평가를 근거로 내년 연봉을 지불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기업ㆍ산업ㆍ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새로운 개인 성과평가 모델을 노조와 협의해 마련 중이며, 내년 상반기 중 세부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입김이 클 수밖에 없는 국책은행에 대해서도 내년 성과연봉제 실시가 어려워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정부 영향력에서 벗어난 시중은행의 성과연봉제 적용 시점 역시 내후년인 2018년 이후로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각 시중은행들은 노조와 원만히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일부 은행에서는 성과연봉제 관련 실무 태스크포스(TF)에 노조를 참여시키고 있다.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KEB하나ㆍNH농협ㆍSC제일ㆍ한국씨티은행 등 7개 민간 은행은 지난 12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내년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하지만 도입 여부만 결의한 상태고, ‘개인’ 성과평가 기준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팀 또는 지점 단위 KPI(핵심성과지표)가 상ㆍ하반기로, 한 해 두 차례 진행되고 이에 따른 인센티브가 보통 3분기와 그 이듬해 1분기 내에 각각 지급된다”면서 “기존 호봉제를 연봉 계약으로 전환하지 못한 데다 개인 평가 기준도 없어 2017년 개인성과평가에 따른 임금체계를 개편하더라도 본격적인 시행 시기는 2018년 이후”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