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가 시장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CD금리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에 그 자리를 내주고 있지만 여전히 가계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인데다 파생상품 시장에서 IRS(이자율스왑) 금리의 기준금리가 된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날 오전 2000억 원 규모의 CD 91물을 고시금리보다 1bp 낮은 연 1.530% 금리에 발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투자협회는 이날 오전과 오후 금리 고시에서 CD 91일물 금리를 전일과 같은 1.540%에 고시했다.
이와 관련해 은행의 CD발행금리가 평가기준에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동안 CD고시사에서는 은행에서 CD 91일물 발행이 있을 경우 최우선으로 그 발행금리를 적용해 왔기 때문이다.
한 채권시장 딜러는 “CD고시금리가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시 방식을 하루 빨리 개선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단기금리를 대표하는 CD금리의 신뢰성이 너무 떨어졌다. 평가에 따라 적게는 몇 억에서 조 원 단위로 손익이 왔다갔다 하는데 금투협은 이를 계속 방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금투협은 발행금리보다 유통금리를 우선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오늘 발행은 1.530%에 2000개가 발행됐는데 거래는 1.540%에 더 많이 됐다”면서 “물론 발행내역도 참고하지만 유통시장에서 거래되고 은행채 등 유사채권의 수익률, 단기금리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시사들이 금리를 입력하고 있다. 오늘 1.540%에 더 많이 입력이 됐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유통금리가 가장 중요한 게 사실이다. 시장금리는 발행금리를 반영하는 경우는 없고 유통금리만 반영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사실 CD는 유통물량이 거의 없다. 유통금리의 신뢰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완적 차원에서 발행금리를 반영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지만 CD 금리가 관심도 잃고 문제도 제기되다 보니 시장에서 의미 있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CD금리를 대체할 만한 단기 지표 금리가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코픽스 금리가 있지만 단기코픽스 금리의 경우 일주일에 한번 고시된다는 점에서 시의성이 다소 떨어진다. 일각에서는 지난 7월 새롭게 단기 금리 지표로 만들어진 국고채 스트립 금리를 사용하자고 주장한다. 스트립 제도는 국고채 이표채를 원금과 이자로 분리해 각각 매도하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3개월 단위 할인채를 만들어 단기금리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다만 제도 정착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CD금리가 IRS시장의 기준금리라는 점도 CD금리 대체 논의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IRS시장에서 길게는 20~30년까지 계약이 체결되고 있는데다 IRS시장이 장외시장이라는 점에서 개별계약까지 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현재 CD금리 고시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10개 고시사가 오전과 오후 금투협에 관련 금리를 제시하면 최고 및 최저금리를 제외한 8개사의 금리를 평균하는 방식으로 산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