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57개월 연속 이어지며 사상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와 현대ㆍ기아차 파업 여파가 마무리됐고, 화공품 및 반도체 시장이 활황을 보이며 상품수출은 29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상품수입도 57개월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국제유가 상승에 수입 상품 가격이 올랐고, 반도체 관련 기기 등 정밀 기계 수입이 늘어난 까닭이다.
금융 계정은 지난달과 유사한 패턴이 지속됐다. 보험사의 중장기적 채권 투자로 증권투자는 1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미국의 금리 상승이 반영되며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주춤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11월 국제수지 잠정’ 자료에 따르면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를 합산한 경상수지는 89억9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규모는 전달(87억2000만 달러)에 비해 3% 가량 늘었다.
◇ 상품 수출 29개월 만에 상승 ‘반전’ = 상품수지 흑자규모는 전월(98억3000만 달러)에서 105억2000만 달러로 확대됐다. 수출은 464억60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7.7% 증가하며 지난 2014년 6월 이후 28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선적운임 포함(FOB) 기준 수입도 359억40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0.6% 증가했다.
상품수출 증가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7 단종과 현대 기아차 파업 여파가 줄어들고, 화공품 및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보인 영향이 컸다.
실제 통관기준으로는 수출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2.5% 증가한 454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기계·정밀기기(20.8%), 화공품(18.2%) 등은 증가했다. 반면, 선박(-37.1%)의 감소폭이 컸다. 정보통신기기(-12.6%) 등의 수출도 감소했지만, 전달(-22.4%)에 비해 그 폭은 축소됐다.
상품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3% 증가한 382억1000만 달러를 보였다. 지난 2012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수입 상품 가격이 오른 영향이다.
품목별로는 원자재, 자본재 및 소비재 수입이 각각 11.1%, 6.2%, 10.9% 증가했다.
박종열 한은 금융부장은 “신형 스마트폰 단종 및 일부 완성차 업체 파업 영향이 마무리 됐고, 화공품 및 반도체 시장 호황도 있었다”며 “이 영향으로 반도체를 제조하는 정밀기기 수입도 늘었고, 국제 유가 상승으로 수입 상품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수지는 17억40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전월 15억9000만 달러에서 적자폭이 확대됐다. 해운업계 구조조정이 반영됐고, 여행수지 악화도 영향을 미쳤다.
본원소득수지는 이자수입 감소 등으로 전월 8억6000만 달러에서 4억4000만 달러로 축소됐고, 이전소득수지는 2억30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 美 금리인상 부각에...外人 증권투자 ‘부진’ = 자본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에서는 89억 달러 순자산 증가를 나타냈다. 전달 70억4000만 달러 증가에서 증가폭이 확대됐다.
직접투자는 내국은 해외투자가 전월(26억2000만 달러)보다 줄어든 21억 달러 증가를 보여고, 외국인 국내투자는 전월(12억6000만 달러)보다 늘어난 14억4000만 달러 증가를 나타냈다.
주식, 채권 등 증권투자의 경우 내국인 해외투자는 42억800만 달러 증가로 전월(66억1000만 달러 증가)보다 줄었고,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감소 규모가 전월 32억5000만 달러에서 26억9000만 달러로 축소됐다.
이는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악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파생금융상품은 1억 달러 늘었고, 기타투자의 경우 자산은 29억3000만 달러 증가했고, 부채도 12억4000만 달러 확대됐다.
외환보유액에서 환율 등 비거래 요인을 제거한 준비자산은 5억2000만 달러 줄었다.
박 부장은 “지난해 12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예상되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줄었다”면서 “다만, 부채성 증권의 경우 보험사 등 기타금융기관가 계속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