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보험 선진화에 앞장서온 성대규<사진> 보험개발원장은 지난 24일 여의도 보험개발원 집무실에서 가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 내내 소비자 편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 원장은 ‘보험업법의 정통파’로 불린다. 보험업법이 25년 만에 전면 개정(2003년) 됐을 때 뿐만 아니라 최근 대형 생보사들이 자살재해사망보험금(자살보험금) 지급 기준 시점으로 제시한 기초서류 준수의무(2011년)의 근간도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금융위원회 명예퇴직 이후 2년여만에 보험업계로 돌아온 성 원장은 보험업에 대한 철학이 분명했다. 금융을 더 공부하고자 미국 로스쿨(유타대)을 졸업하고, 미국 변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던 과거의 열정이 엿보였다. 영어, 불어에 능통하고 최근엔 중국어 공부도 시작한 성 원장의 대화는 때론 진지하고, 때론 유쾌했다.
성 원장은 보험개발원장으로 취임한 후 약 3개월의 시간을 보내면서 어색함은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낯설다기보다 ‘친정에 온 느낌’이란 것이다.
보험개발원의 올해 보험산업 지원사업은 기업성보험의 확대, 자율주행차 도입에 따른 자동차보험 대응 지원,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IFRS17 시스템 준비 등 산더미 같이 쌓여 있다.
그러나 성 원장과의 대화 소재는 3200만 명이 가입해 있는 ‘국민보험’인 실손보험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보험업계와 의료업계가 개편안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이는 것에 대해 성 원장은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AOS시스템은 정비공장과 손해보험사가 자동차 수리비 산출을 위해 사용하는 전산 견적프로그램이다. 과다한 비용 발생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손보험에 적용할 경우 보험을 판매하는 생·손보사와 의료기관이 프로그램을 통해 진료비 등을 투명하게 집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성 원장은 “비급여치료 행위를 표준화하고, 이에 대한 수가를 정하는 작업이 우선 이뤄져야 치료(치료비)를 통제할 수 있다”며 “미국건강관리기구(HMO)는 1차 진료기관에서 2차 진료기관으로 옮겨 갈 때 HMO 소속 의사한테 승인을 받는데, 이러한 절차가 일종의 비용 통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성 원장이 이 같이 주장하는 배경에는 과거 프랑스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중 겪은 에피소드 때문이다. 성 원장은 “프랑스 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당시 직원들이 민영보험사에 의료보험을 가입했는데, 손해율이 200%가 넘는 바람에 가입이 안 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실손보험의 과다한 비용 청구는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 원장이 과거 실손보험의 100% 보장 구조를, 계약자 자기부담금 10%로 변경해 도입한 것도 이 같은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슬기를 발휘한 것이다.
성 원장은 “당시 미국은 60% 수준으로 보장했다”며 “아직도 (국내 보험사들은) 많은 부분을 보장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고, 비용 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실손보험은 이번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제도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AOS시스템처럼 퍼스트-컨트롤(first control)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며 “실손보험은 또한 비용 효율(cost effective), 신속함(fast), 소비자의 편의성을 위해 연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성 원장은 일본 보험시장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보험업계는 2000년 전후로 생보사 8개가 파산하는 사태를 경험했다.
성 원장은 “일본시장과 한국시장은 ‘완췐이양(完全一?, ‘완전히 똑같다’는 중국어)’”이라며 “고금리의 저축성 보험을 장기로 판매하면서 외형성장을 이룬 성장 과정이 닮았다”고 설명했다.
성 원장은 “2000년 초반쯤 국내 보험업계도 보험사 10여개가 구조조정되거나, 인수되거나, 파산하는 과정을 겪었다”며 “일본시장을 많이 닮아있는 만큼 상품 등 여러 방면으로 일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 원장은 인터뷰 마무리에 앞서 “‘보험산업의 균형성장을 위한 총력 지원’을 한해 목표로 모든 역량을 동원해 보험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