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램시마’가 해외 파트너 중 하나인 화이자 실적 회복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화이자가 판매중인 제품 중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 2012년 말 국내 발매된 램시마는 종양괴사 인자(TNF-α)가 발현되는 것을 억제해 류마티스 관절염을 치료하는 항체치료제다. 얀센의 ‘레미케이드’와 동등한 ‘인플릭시맵’ 성분으로 구성된 세계 최초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화이자가 공개한 실적에 따르면 화이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136억2700만달러(약15조6000억원)로 전년(140억4700만달러) 대비 3% 감소했다. 항암제 부문을 제외한 주력 사업이 부진을 보였다.
항암제를 제외한 주력 사업이 집단 부진을 나타낸 상황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2015년 4분기
6300만달러에서 지난해 4분기 9100만달러로 45% 증가했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변화다. 셀트리온의 램시마가 화이자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성장세를 견인했다.
화이자가 램시마 판매로 거둔 매출은 지난해 4분기 6100만달러(705억원)으로 전년대비 103% 성장했다. 램시마는 화이자가 공개한 품목별 매출 중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10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램시마의 지역별 매출 분포를 보면 선진 유럽시장(서부유럽 및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2700만달러에서 5100만달러로 88% 늘었고 지난해 말 판매를 시장한 미국에서는 400만달러어치 판매됐다. 램시마는 유럽에서 2015년 2월부터 본격 출시되기 시작했다.
화이자가 판매하는 다른 바이오시밀러 제품과 비교해도 램시마의 성장세는 돋보인다. 화이자는 램시마를 비롯해 나이브스팀(Nivestim), 레타크리트(Retacrit) 등 3개의 바이오시밀러를 판매 중이다. 나이브스팀과 레타크리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8% 감소했다.
나이브스팀은 백혈구 감소증 치료제인 과립구 세포군 촉진인자(G-CSF, filgrastim)의 바이오시밀러다. 레타크리트는 만성신부전 환자의 빈혈치료제인 에포겐(EPO, epogen)의 바이오시밀러다.
화이자가 램시마 판매로 올린 매출은 전체 매출 규모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램시마가 다른 제품에 비해 월등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화이자의 지속되는 실적 부진을 만회할 유망주로 떠오를 수 있는 잠재력이 확인된 셈이다. 화이자가 호스피라를 인수할 당시 ‘엔브렐’의 매출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램시마를 구원투수로 투입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업계에서는 램시마가 유럽에서 적응증을 확대하고,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장 침투가 시작되면 성장세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인 레미케이드의 매출 감소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레미케이드 유럽 판매를 담당하는 머크는 2015년 17억9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2억7000만달러로 30% 감소했다.
존슨앤드존스가 판매하는 미국 시장의 경우 램시마의 판매가 시작된 지난해 4분기 11억7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000만달러 줄었다. 레미케이드는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 1분기에서 3분기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4분기 하락세 전환은 램시마가 촉발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유럽 판매사 세부 매출 내역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향후 램시마 유럽 시장 매출 확대 및 미국 시장 진입 본격화에 따른 수출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