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 관광특구인 명동 거리가 온통 무허가 외래어 간판들로 도배되고 있다.
7일 명동의 한 골목에 들어서자 'red sun' 이란 영어 간판 옆에 '떡볶이'라고 설명돼 있는가 하면, 'so style', 'talent', 'fox stort' 등의 외래어 간판들만 눈에 띌 뿐 한글 간판은 찾기 힘들었다. '조르바' 등 무국적 언어의 간판은 물론 '살롱드마샬', '비프루부', '포엠', '두가헤어' 등 영어를 한글로 그대로 옮겨놓아 뜻을 파악하기 어려운 브랜드 간판들도 넘쳐났다. 명동 뿐 아니라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홍대, 가로수길 등을 비롯해 대학가 주변도 표기법을 지키지 않아 언어 종류 조차 파악이 안되는 간판들로 가득하다.
명동에서 잡화 상점을 운영중인 김모 씨는 “관광객을 위한 외래어 간판의 필요성을 어느정도 인정하지만, 뜻을 알 수 없는 등 외래어 표기 오류가 많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한글의 가치를 높이고 국어 사용의 모범이 되는 한글 간판이 사용될 수 있도록 용어 정비와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간판 뿐 아니라 브랜드(상표) 명에서도 한글은 외면받고 있다. 상표 가치평가 업체인 ‘브랜드스탁’이 발표한 아파트 연간 상표가치평가지수(BSTI) 순위에 따르면 20위권내 아파트 상표명 중 순 우리말로 된 것은 한화건설의 ‘꿈에그린’ 하나에 그쳤다.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코오롱글로벌의 ‘하늘채’ 등은 고유어와 외래어·한자어가 섞여있다.
한 시민은 최근 서울시 민원게시판에 “알수도 없는 온갖 알파벳으로 서울시가 도배되고 있다”며 “간판을 만들 때는 한글이 최소한 영어의 2분의 1 이상이 되어야한다는 법규를 만드는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불법 외국어 간판이 범람하게 된데는 관할 구청의 단속 의지 부족도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글로 표기되지 않은 간판은 원래 관할 구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을 수 없고, 불법 간판을 내걸었을 경우 최대 5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내야한다. 현행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2조 제2항에 따르면 광고물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맞춤법,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및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추어 한글로 표시해야 한다. 외국문자로 표시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서울시 측은 “외국문자로 광고물을 표시할 때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를 하고 있으나, 일부 무허가 광고물이 한글과 병기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외국문자로 광고물을 표시할 경우 한글과 병기되도록 허가 또는 신고를 강화하는 방안을 자치구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