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정책으로 미국 달러를 중심으로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자신의 발언으로 달러 흐름이 급변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도 편치 않았던 걸까. 미국 허핑턴포스트는 8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 2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새벽 3시에 마이크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달러 강세와 약세 중 어떤 쪽이 미국 경제에 더 도움이 되는지 물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대해 백악관이나 플린 측이 확인하지 않은 가운데 이 보도 이후 트럼프의 달러 정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국가 안보 전문가가 아닌 환율 전문가들에게 자문했다면 그들은 트럼프에 어떤 조언을 해줬을까.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가 5명의 전문가의 의견을 정리해 소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는 엇갈린다.
우선 뉴욕 소재의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의 마크 챈들러 환율 전략 책임자는 달러 강세 정책을 이어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미국 정부는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암묵적으로 달러 강세를 지지해왔다. 미국 경제에 걸맞게 다른 통화에 비해 달러 가치도 높아야 한다는 신념이 작용한데다 달러 가치가 높으면 미국 소비자들이 해외수입품을 비교적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소비 진작에 요긴하기 때문이다. 챈들러 책임자는 “달러 강세 정책의 진정한 의미는 우리가 달러를 무역 무기로 사용하지 않고 부채 부담을 줄이고자 통화 가치 절하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보여주는 데 있다”고 말했다. 즉 통화정책에서 미국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만약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 경제가 달러 약세 정책을 유도한다면 다른 국가들도 모두 그 기조를 따라가게 되고 그 결과 세계 경제 붕괴로 이어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캐나다 토론토 소재의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미국 부문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폴 애스워스도 달러 강세 정책을 지지했다. 애스워스는 “몇 년 전 실업률은 높고, 인플레이션은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했을 때 수출을 늘려 총 수요를 높이려면 달러가 약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한 적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 완전 고용 수준에 가까워진 상황에서는 달러 강세가 미국 실제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상황에 달러 약세는 실질 수출을 늘리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향후 수년간 수출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책 관련 블로그인 리얼티체크 설립자 앨런 토넬슨은 달러 약세를 지지했다. 그는 “달러는 세계 통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하며 이 역할을 계속하는 한 달러에 대한 근본적인 수요로 달러 가치는 강세를 보이게 된다”면서 “그러나 달러 강세가 과열되면 제조분야를 비롯해 미국 경제 악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토넬슨은 “트럼프의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현 국제 무역 질서에 대한 제동이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결국에 미국산 제품의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고 비판하는데 트럼프가 제시하고 있는 경기 부양책들이 이러한 부작용에 대응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학교 경영대학원 잭슨연구소 교수는 “달러 강세가 미국의 최선의 이익과 함께 있었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 강세 정책은 1990년대 초부터 의사결정에 있어서 환율 불안정에 대한 우려를 없애는 본연의 목적을 잘 실현해왔다”면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기조를 바꾼다면 다른 주요 국가들과의 환율 전쟁에서 보복 조치를 당할 가능성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브레드 세스터 미국외교협회 선임 연구원은 현재 달러가 강세가 지나치다며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현재 달러 수준이 이어진다면 무역 적자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면서 지나친 달러 강세는 무역적자 문제를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로 만든다고 말했다. 현재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와 미국의 무역 상대국 경제에 대한 반응인 것인데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최선의 방법은 다른 나라들이 자국의 수요를 촉진하는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