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영화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소재들이 있다. 바로 인공지능 의료장비다. 최근 개봉한 ‘패신저스’에서는 뜻밖의 사고로 깨어난 주인공들을 ‘오토닥(Autodoc)’이 스캔해 원인을 찾아내고 치료를 한다. 2013년작 ‘엘리시움’에서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메드베이(Med-Bay)’에 들어가 누워만 있으면 모든 질병의 진료와 치료는 물론 훼손된 신체를 재생하고 노화에 역행해 항상 젊음을 유지해주기도 한다. SF에 등장하는 의료기기만큼은 아니더라도 현재 우리 실생활에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의료서비스가 성큼 다가오며 미래 등장할 다양한 인공지능 의료기기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의료 분야에 AI가 속속 도입되고 있으며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을 지난해 말 처음 진료에 도입한 가천대학교 길병원이 대표적이다.
왓슨은 의학저널 290종·교과서 200종 등 1200만 쪽에 달하는 전문자료에 바탕을 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신속·정확한 검색을 가능하게 한다. 전문의 등이 환자를 상담하고 나이와 몸무게, 조직검사, 혈액검사, 유전자검사 등 다양한 정보를 입력하면 왓슨은 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초 만에 분석을 끝마친다.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영역의 일이다.
왓슨이 내리는 판단도 놀랍다. 길병원에 따르면 왓슨이 제시한 치료법은 인간 의사의 판단과 대부분 일치했으며 환자들 역시 의사와 더불어 왓슨의 판단에 대해 만족하고 일부는 의사보다 더 신뢰가 간다는 반응도 보였다. 다만 왓슨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질환도 5~6개의 암에 그치고 환자의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야만 올바른 치료법의 제시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업계는 인간의 실수를 줄여주고 업무의 효율성은 높이며 산업적으로 발전할 측면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료 서비스가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길병원에 이어 부산대병원이 왓슨을 본격 도입해 진료에 활용키로 했다. 또 서울아산병원은 CT나 MRI를 판독하는 영상의학과 인공지능 의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분야 관련 AI의 경제적 가치도 상당하다. 프로스트앤설리반에 따르면 의료분야의 전세계 AI 시장수익 규모는 2014년 6억3380만 달러에서 2021년 6662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AI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5년 18억 원에서 2020년 256억 원으로 세계 AI 헬스케어 시장의 연평균성장률 60.3%보다 높은 70.4%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흡한 관련 규정을 개선하고 가이드라인을 보완하며 국내 의료데이터를 분명하고 정확하게 구분된 표준 데이터로 개선해 AI 기술의 학습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AI가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보조’하는 기능적 역할로서 수행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진료과정의 모든 상황을 가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지난해 말 의료용 빅데이터와 AI가 적용된 의료기기에 대한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안을 마련하고 의견을 수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