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안진의 감사 부문 영업정지 조치가 예상되면서 기업들도 혼란에 빠졌다. 딜로이트안진이 감사하는 국내 기업은 1400여 개사다. 이 중 1100여 개 기업은 오는 4월 감사인에 대한 재계약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LG유플러스, 한진중공업, 삼성카드 등 상장사들은 올해 4월 감사인 선정과 관련 딜로이트안진과 재계약을 해야 하는지 여부를 회계법인들에 문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이 같은 고민을 하는 것은 딜로이트안진의 영업정지가 확정되면 4월부터가 유력하기 때문이다. 딜로이트안진의 감사 부문이 4월부터 최대 6개월 영업정지가 되면 1100여 개 기업은 모두 감사인을 바꿔야 한다. 금융당국은 기업들의 2017년 감사인 재계약 이전에 딜로이트안진과 대우조선해양의 조치 수준을 확정하려 하고 있다.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상장사의 경우 12월 결산 이후 4월 이전에 사업보고서에 대한 감사를 감사인으로부터 확정받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 중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거나, 또는 3월에 결산하는 비상장사 등의 감사보고서는 딜로이트안진이 해당 업무를 지속 수행해야 하는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업무 연속성은 인정하겠다”고 딜로이트안진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딜로이트안진이 영업정지 조치를 피하기 위해 의견거절과 같은 부정적인 감사 결과를 대거 쏟아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딜로이트안진은 대우건설 분기보고서 검토에서 의견거절을 했다.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은 2016년 사업보고서에 해외 사업 부실을 반영, 503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딜로이트안진이 대우건설 분기보고서 검토 의견거절을 한 것은 수주산업 대한 잣대를 이전과 달리 더욱 엄밀히 들이댄 것이란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딜로이트안진의 영업정지가 확정되면 회계업계도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도 다수의 회계법인이 딜로이트안진이 그동안 감사한 기업을 새로 확보하기 위한 영업을 하고 있다. 대형 회계법인의 경우 매출의 3분의 2가 컨설팅과 세무를 통해 올린다. 하지만 중소 회계법인의 경우 매출의 대부분을 기업 감사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회계업계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고객 뺏기’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딜로이트안진이 결국 문을 닫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과거 업무정지 징계를 받은 산동(1년), 청운(1개월), 화인(6개월) 등은 모두 문을 닫았다. 함종호 딜로이트안진 대표는 “영업정지 3개월까지는 감내할 수 있다”며 회사 조직원의 불안을 잠재우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회계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