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업 불황과 한진해운 청산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선박펀드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올해 집중 검사에 나설 예정이다. 일부 상장된 선박펀드는 상장폐지 전 정리매매 종목에서 나타나는 투기성 거래 행태를 보여 불공정거래 개입 여지도 높은 상황이다.
17일 금융감독원은 올해 자산운용 업계 중점검사 사항 중 하나로 부동산·특별자산펀드 운용과정의 적정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류국현 금감원 국장은 “해운 경기 침체로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우려되는 선박펀드나 특별자산펀드 등을 검사할 것”이라며 “연중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박펀드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선박을 건조하고 해운사에 대여해 용선료를 받거나 선박을 매각해 남긴 차익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대부분 사모펀드이며 공모펀드로 나왔던 선박펀드들도 추가 납입이나 만기까지 자금회수가 불가능한 폐쇄형이다. 이에 폐쇄형 공모펀드를 증시에 상장시켜 유동성을 확보한 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조선·해운업 불황으로 선박 대여나 매각이 불투명해지는 등 변동성이 커지면서 상장된 선박펀드에 투기성 자금이 몰려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한진해운이 사실상 파산 선고를 받고 증시 퇴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가가 이상 급등락하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코리아퍼시픽01호 선박투자회사(이하 코리아01호)’ 등도 덩달아 변동성이 커졌다. 코리아01~04호 펀드는 한진해운에 주로 배를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01호는 작년 말까지 일별 거래량이 10만 주에 채 미치지 못했지만 올 들어 일일 최소 100만~600만 주 규모의 거래량을 보이고 있다. 코리아02호~4호 펀드들 역시 거래량이 급증하고 동전주 수준이었던 주가가 단기간에 3000원대로 오른 후 다시 1000원 선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거래는 키움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등을 이용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리아01호 펀드는 13일 공시한 재무제표상에서 영업이익이 2015년 대비 30% 이상 줄었고, 01호와 02호 모두 자본잠식으로 지난 14일 하루 동안 거래가 정지되기까지 했지만 투기성 거래는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금감원은 펀드가 선박 계약 시 공정한 가격 평가를 했는지 등 기준가 산정에 영향을 미친 부분에서 적정성을 위주로 검사하게 될 텐데 상장된 선박펀드의 경우 일반펀드와 달리 투기세력이 개입한 문제도 있다”며 “펀드 청산 시점이 가까워져 오면 ‘폭탄 돌리기’성 매매가 심화될 것으로 보여 예방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