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시스템(KIND)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국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의 자사주 취득예정 금액(신고 기준)은 총 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월에 7849억 원의 자사주 취득예정 신고가 공시됐고, 이달 들어 20일 현재까지 151억 원이 신고됐다. 지금까지 누적금액만으로도 역대 1~2월 신고금액 중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상장기업의 자사주 취득은 지난 2014년 이후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중이다. 2012~2013년만 해도 연간 2조 원 안팎에 불과했던 자사주 취득금액은 2014년 6조3037억 원을 거쳐 2015년 10조3391억 원, 2016년 11조585억 원 등으로 매년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해당 기간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장사들이 활발히 자사주를 사들인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4년 이후 총 6차례에 걸쳐 대규모 자사주 취득을 공시했던 삼성전자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삼성전자(우선주 포함)는 △2014년 2조4459억 원 △2015년 4조2528억 원 △2016년 7조1393억 원을 사들였다. 해당 연도 상장기업 전체의 자사주 취득 금액 가운데 삼성전자 비중은 2014년 38.80%, 2015년 41.13%, 2016년 64.56% 등을 차지했다..
대기업 등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사들인 이유는 대주주 지배력 강화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기업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경우, 의결권이 없었던 자사주가 신주를 배정 받으면서 의결권이 부활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은 주주환원 정책으로 해석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 실장은 “외국 같은 경우 자사주를 매입하면 대부분 소각하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소각’이라는 등식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상법상 소각하지 않아도 되게끔 돼 있어 기업이 이를 경영권 승계에 활용할 수 있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기업 사이에서 자사주 ‘활용법’에 대한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증시 관계자들은 올해도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러시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자사주를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국회에 여러 건 발의돼 있다”면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소급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 기업으로서는 올해 안에 자사주 취득과 지주사 전환을 마치려는 유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커다란 변수가 없는 한 올해 상장법인의 연간 자사주 취득 규모는 또 다시 최대치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장사의 평균 취득액이 매년 3조~4조 원 선이었는데, 여기에 삼성전자가 올해 안으로 총 9조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취득하는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