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에게 주말은 한 주간 쌓인 피로를 풀 수 있는 달콤한 열쇠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근로자들 사이에서 그 소중한 주말의 휴식도 빼앗겼다는 푸념이 늘고 있다. 퇴근 시간 이후는 물론, 휴일에도 카카오톡 등과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업무 지시가 수시로 이뤄지면서 주말이 빠진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상이 바뀌었다고 하소연한다.
2015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 1인당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66시간보다 347시간이 많다. 이를 하루 법정 노동시간인 8시간으로 나누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노동 일수는 264일로, OECD 평균 221일보다 43일을 더 일하고 있는 셈이다.
잠자는 시간과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일과 대부분을 일에 파묻혀 사는 비자발적 워커홀릭(일중독)의 연속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족과 함께 저녁 식탁에 앉는 ‘저녁이 있는 삶’을 기대한다는 것은 사치가 돼 버렸다.
이 같은 현실을 만든 데는 정부의 책임이 적지 않다. 그것도 근로자 보호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야 하는 고용노동부의 책임 말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근로시간의 기준을 둘러싼 해석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일주일의 근로시간을 40시간 이상 초과할 수 없고, 당사자 간 합의를 하면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상으로도 일주일의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고용부는 2000년 9월 내놓은 행정해석을 통해 연장근로에 휴일근로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고용부 시각에서 보면 일주일의 최대 근로시간은 68시간(주 40시간 + 연장근로 12시간 + 토·일요일 휴일근로 16시간)이 된다.
하지만 2015년 9월 4일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에서는 ‘근로시간이 일주일에 40시간을 넘는 경우 휴일에 한 근로는 휴일근로임과 동시에 연장근로에도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결해 일주일의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봤다.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여부 관련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만 12건이 계류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이기권 고용부 장관을 중심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행 68시간인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고, 초과 연장 근로를 허용하는 특례 업종의 수를 현행 26개에서 10개로 축소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에는 ‘일주일이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이라고 명시하고, 2023년까지 8시간 특별연장시간을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더욱이 고용부는 제도를 바꿀 경우 5년간 약 15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법 개정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는 고용부가 17년 전 근로시간에서 주말근무를 빼는 꼼수를 부리지 않았다면, 현재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겼을 것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고용부는 잘못된 행정해석과 운영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더불어 특별연장시간 등 장시간 근로관행을 유지하려는 꼼수도 부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