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바이러스 치료제인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는 신라젠이 면역관문억제제 여보이(BMS)와의 병용투여 임상을 추가하는 등 펙사벡의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옵디보 등 다른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투여 임상도 추가할 계획이다. 그동안의 임상과정에서 확보한 펙사벡에 대한 자신감을 근거로 임상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지성권 신라젠 부사장은 지난 21일 여의도 ‘코스닥 신규상장법인 IR 컨퍼런스’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현재 진행중인 펙사벡 임상진행 현황과 향후 회사의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지 부사장은 “펙사벡 글로벌 임상3상(PHOCUS)은 현재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1월말을 기준으로 71명 환자 등록돼 치료를 받고있다”며 "유럽에서 파트너를 통해 여보이와의 병용투여 임상1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또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투여에 대한 국내 임상1상을 올해안에 시작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으며, 유럽에서 간암환자를 대상으로 옵디보 병용요법도 파트너사를 통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펙사벡은 벡시니아 바이러스에 유전자변형을 가한 항암바이러스다. 암세포 선택성과 항암효과를 높이기 위해 TK 유전자를 비활성화했으며, 동시에 면역세포 활성화를 위해 GM-CSF라는 유전자를 삽입한 형태를 갖는다. 지 부사장은 “현재까지 대량생산을 하는 치료제 중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 사멸시키는 항암제는 없다. 항체의약품도 결국 암세포가 이용하는 주요 신호전달과정을 막는 원리다”라며 “펙사벡은 암세포가 세포사멸(necrosis)하게 유도하는 것으로 암 특이적인 항원이 세포밖으로 유출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환자의 암종, 스테이지 등에 따라 항원 종류가 다른데, 이는 ‘몸 안의 백신’에 비유할 수 있다는 것. 이후 수지상세포가 모이면서 암을 공격하는 2차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원리다. 이외 암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폐쇄하는 효과를 가진다.
지 부사장은 신라젠의 잠재력으로 세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혁신성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유전자재조합 항암바이러스가 가진 복수 작용기전으로 암을 치료한다는 것. 둘째는 탁월함으로 펙사벡 임상3상 진행을 위해 글로벌 임상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포진해 있으며, 생산기술 노하우, 출시 후 미국∙유럽에서 독점판매권을 가진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는 성장성이다. 그는 “현재 임상 진행중인 간암시장은 미충족 의료군(medical unmet needs)으로, 이를 근거로 대장암, 신장암 등의 고형암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면역관문억제제(ICI, Immune Checkpoint inhibitor)를 항암바이러스와 병용투여 할 경우 치료효과가 높아진다는 것을 보고, 항암바이러스 파이프라인을 공격적으로 인수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2015년 가장 먼저 출시된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T-VEC(제품명: 임리직)'의 병용투여 효과는 놀랍다. T-VEC의 단일 투여시에는 대조군보다 4.4개월가량 더 생존했고 11%의 환자에서 종양 소실이 일어났다. 반면, 여보이를 병용투여한 임상1상 결과 종양 크기가 줄어든 환자는 50%였으며, 종양이 완전히 소실된 환자는 22%에 다다른 것. 키트루다와 병용투여한 경우에는, 57.1%의 환자가 반응을 보였고, 23.8%의 환자가 종양이 완전히 없어졌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신라젠도 펙사벡 간암 글로벌 임상3상에 멈추지 않고, 전략적으로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투여를 시작하고 있다. 회사는 이날 설명회에서 펙사벡과 BMS 여보이와의 병용투여로 유럽 임상1상을 시작했음을 알렸다. 유럽임상은 말기고형암 총 60명 환자를 목표로 진행되며, 유럽파트너사인 트랜스진(TRANSGENE)이 진행한다.
지 부사장은 “유럽임상 이외에도 올해안에 여러가지 임상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것이다”라며 “라이선싱 아웃, 파트너링 등 여러가지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단일 품목이 아니라, 이를 다양한 치료제로 구현할 수 있는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기술력으로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