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금융감독원에 결국 백기투항했다.
삼성생명은 2일 오전 10시 반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재해사망보험금(이하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는 안건을 논의한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전날 금감원을 방문해 전액지급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이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는 그룹 최고 경영자의 판단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이 자살보험금 추가 지급 입장을 밝힌 시점은 삼성그룹이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발표한 이후다.
미전실 해체로 삼성생명의 입지가 커진 만큼 지난달 23일 결정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중징계(CEO 문책경고, 영업 일부정지 3개월)가 부담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면서 리스크를 떨쳐내고, 기업이미지를 제고하라는 그룹 최고 책임자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의 징계 수위도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건지급’ 입장을 밝힌 교보생명은 CEO는 주의적 경고, 기관은 일부 영업정지 1개월을 받았다.
삼성생명의 징계수위가 교보생명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교보생명은 ‘전건지급’이지만 금액적으로는 일부 지급 입장을 고수한 반면, 삼성생명은 조건 없는 전액 지급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대해 건수나 기간보다 금액을 강조해왔다.
제재심에서 내린 중징계 의결안은 진웅섭 금감원장 결재를 거쳐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삼성생명이 전액지급을 확정할 경우 CEO 징계 수위는 진 원장이 금감원장 권한으로 경감되고, 기관에 대한 중징계(일부 영업정지)는 금융위에서 낮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생명도 내일(3일) 오전 정기이사회에서 자살보험금 추가지급안에 대해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기이사회 안건에는 자살보험금 사안이 없었지만, 금감원 중징계, 삼성ㆍ교보생명 입장 변화 등을 고려해 기타 안건으로 상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생명은 삼성생명이 전액지급으로 돌아서면서 부담이 컸던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생명 징계 수위가 낮아지면 한화생명만 중징계를 떠안기 때문이다. 회사 이미지 제고를 위한 추가 조치를 뒤늦게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