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 리더십. 말 그대로 조직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스타일로 이끄는 리더십을 말한다. 케케묵은 권위적 리더가 아니라, 빠르게 돌아가는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는 리더의 모습일 것이다.
윤경은 KB증권 사장은 카멜레온 리더십을 지닌 인물이다. 지난 30여 년간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로 지낸 그는 소형사는 물론 대형사 대표를 고루 지내며 상황에 딱맞는 CEO상을 몸소 보여줬다.
그는 솔로몬투자증권 대표 시절, 실무진들과 함께 현장을 직접 뛰어다녔다. 소형사는 CEO 역량에 따라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영업을 위해 이른바 ‘플레잉 코치’로 뛰었다.
현대증권 대표 시절의 그는 또 다른 모습의 CEO였다. 타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집중이 필요했다. 이에 부동산 분야를 특화시켜 전문가 영입은 물론 해외시장에도 공을 들였다. 성과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그런 윤 사장이 3000여 명에 달하는 통합 KB증권을 올해부터 맡으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집무실에서 만난 윤 사장은 곤색 양복을 입고 있었다. 곤색을 유난히 좋아한다는 그는 “한두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이 큰 회사가 잘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윤 사장은 CEO의 역할은 최소화하되 임원들이 소신있게 일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윤 사장의 일거리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그의 일과는 오전 7시 삼성동 자택을 출발해 40분 뒤 집무실을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이날은 특히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올 들어 윤 사장의 주력 담당분야 중 하나인 S&T(세일즈와 트레이딩) 임원들이 대거 교체된 만큼, 이들과 사업 전략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날이었다. 윤 사장은 결정을 곧바로 내리는 스타일로 이날 역시 △ELS 운용 재정비 △채권 수익률 강화 방안 등 2가지에 대한 결론을 냈다.
그는 또 다른 중점 분야인 WM(자산관리)에 대해서도 애착이 남다르다. 특히 은행과 증권 연계에 따른 시너지를 위해 많은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 KB증권은 현재 타사와 달리 두 본부 운영의 시너지와 효율성을 위해 리더를 1명으로 압축했다. 은행 WM 부행장이 증권 WM 부사장을 겸하는 셈이다.
윤 사장의 지론은 ‘업무보다 소통을 먼저’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달부터 각 본부별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하고 있다. 아울러 직원 외에도 젊은이들과의 소통도 즐긴다. 그는 “여가시간을 아껴 30~40대 인재와 교류한다”면서 “이를 통해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부분, 현 시대에 유행하는 산지식을 습득하고, 때로는 인재를 직접 영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늘도 그는 직원들에게 “보고용 자료는 3페이지를 넘기지 말라”고 강조한다. 젊은 감각으로 소통하고, 업무 효율성을 위해 형식도 과감히 최소화시킬 수 있는 융통성. 그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