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지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인플레이션에 복귀했다고 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일본 총무성이 이날 발표한 지난 1월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1% 상승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변동이 없을 것이라던 전문가 예상을 깨고 전월의 0.2% 하락에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근원 CPI 상승률은 13개월 만에 플러스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신선식품을 포함한 전체 CPI 상승률은 0.4%로 전월의 0.3%에서 오르고 시장 전망과 부합했다. 신선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이른바 ‘코어-코어 CPI’도 전년보다 0.2% 올라 역시 전문가 예상치와 들어맞았다.
국제유가가 지난해 크게 떨어지고 나서는 올해 9.2%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회복을 이끌었다. 여전히 이 소식은 일본은행(BOJ)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하다고 FT는 풀이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과 도널드 트럼프의 지난해 미국 대선 승리 이후 엔화 가치 하락이 인플레이션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또 올해 춘계 노사협상에서 임금인상을 촉구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소식이다. 인플레이션이 회복되면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 있기 때문.
아베는 지난 2012년 집권 이후 20년 이상 지속된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정책 최우선 순위로 삼았다. 일시적으로 아베의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가 약발을 받는 듯했지만 지난 2014년 소비세율 인상과 2015~2016년 신흥시장 경기둔화에 발목이 잡혔다.
일본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가 보이고 고용시장도 견조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회복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무라시마 기이치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근원 CPI 상승률이 올가을에는 약 1%로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 대선 이후 엔저 추세가 이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실업률은 지난 1월에 3.0%로, 전월의 3.1%에서 하락했다. 구직자 대비 구인 기업 비율인 유효구인배율은 1.43배를 유지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기업들이 일손 부족에 시달린다는 의미다.
무라시마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의 이런 빡빡한 상황이 계속되면 향후 어느 시점에서 임금도 의미 있는 속도로 오를 것”이라며 “이는 인건비 비중이 큰 서비스업 부문의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지난 수년간 뜨거웠던 고용시장이 임금에 예상만큼 강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야마구치 다케시 모건스탠리MUFG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1.0%에서 1.6%로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