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달 들어 중국 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롯데마트 지점 수가 23곳으로 늘었다. 중국 현지 전체 롯데마트 점포가 99개인 것을 고려하면 네 곳 중 한 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지난달 말 롯데와 국방부의 사드부지 교환 계약 체결 이후 일주일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진 조치여서 심각성을 더한다.
지역별로는 단둥 완다점, 둥강점, 샤오산점, 창저우점에 이어 화둥 법인이 운영하는 장쑤성ㆍ안후이성ㆍ저장성 등의 13개 점포와 동북법인이 운영하는 랴오닝성 소재 2개, 화북법인 관할 허베이성 점포 1개 등이다. 영업정지 조치 사유의 대부분은 소방법과 시설법 위반이며 영업정지 기간은 약 1개월 정도로 알려졌다. 영업정지 기간 이전에 지적 사항을 바로잡으면 영업이 재개될 수 있지만 중국 내 분위기가 워낙 좋지 않아 재개점 시점은 짐작하기도 어렵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앞서 지난 2일 중국 국가여유국이 지방정부에 한국 여행상품 판매 금지를 지시한 데 이어, 롯데호텔과 면세점 이용은 물론이고 각 계열사와 업무상 제휴나 합작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롯데그룹과 관련한 모든 사업을 금지한다는 조항도 여유국 지침으로 전국에 하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롯데면세점에 중국 여행사의 단체관광객 방문 예약 취소가 잇달았다. 롯데면세점은 이달 들어서만 중국인 매출이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4월 대규모 오픈을 계획 중인 롯데월드타워의 피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롯데는 호텔과 면세점 등이 들어설 롯데월드타워와 기존 롯데월드, 호텔롯데 등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관련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었으나 사드 보복에 효과가 반감할 수밖에 없다.
중국 당국의 전방위 압박은 국내 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뉴롯데’로 향하는 그룹 쇄신안 중 핵심인 호텔롯데의 상장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추진했다가 검찰 수사로 연기됐던 호텔롯데의 상장이 사드 보복이라는 난제를 만난 격이다.
지난해 증권업계에서는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비영업가치 8조 원, 영업가치 12조 원 등 20조 원을 넘길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그러나 호텔롯데 매출의 85%가량을 차지하는 면세사업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기업가치의 하락은 물론 상장 시 흥행 여부도 불투명해 업계는 연내 상장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이에 황 실장은 5일 주요 임원들과 함께 ‘중국 현황 관련 대책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다양한 정부 협조 요청이 논의됐다. 사실상 롯데 차원에서의 대응에 한계가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일각에서는 황 실장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적자를 계속 내고 있는 중국 내 점포 구조조정을 가속화해 사업 효율화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