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19일,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순수 우리말 지명인 ‘서울’을 ‘首?(수이)’로 표기하자며 수백 년간 사용해 온 서울의 한자 표기이자 중국어 표기였던 ‘한성(漢城)’을 폐기하였다. 이때부터 서울시는 사실상 ‘서울시’가 아니라, ‘수이시’가 되고 말았다. 한자 ‘首?’를 우리의 독음으로 읽으면 분명히 ‘수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하철 역에는 ‘서울교육대학’이 ‘수이(首爾)교육대학’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명박 전 시장의 이러한 조치는 우리 사회에서는 아예 한자를 사용할 일도 없고 우리식 한자 독음으로 읽을 일도 없다는 인식 아래 취해진 것이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고 있는 문자가 한자이고, 우리말 어휘의 70%가 한자어인데 그런 한자의 한자음을 완전히 무시한 나머지, ‘首爾’라고 써 놓으면 ‘수이’라고 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도외시한 채 ‘首爾’의 중국식 발음인 ‘서우얼(shou-er)’만 생각하여 서울시를 ‘수이시’로 개칭하고 만 것이다.
우리는 중국에 ‘서우얼(首爾)’이라는 이름을 지어다 바칠 것이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 “한성(漢城)은 조선시대의 지명이다.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인데 당신들은 아직도 ‘한성’으로 부르고 있다. 시정하여 앞으로는 ‘서울’로 불러주기 바란다”고 당당하게 요구했어야 한다. 그렇게 요구한 결과, 중국 스스로가 ‘서울(Seoul[soul])’이라는 발음을 중국어로 어떻게 표기할까를 고민하다가 ‘首爾’라고 표기하기로 결정했다면 우리는 “중국 사람들은 ‘워싱턴’을 ‘華盛頓’이라고 쓰고 ‘화성둔’이라고 읽듯이 ‘서울’을 ‘首爾’로 쓰고 ‘서우얼’이라고 읽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 스스로가 ‘首爾’라는 이름을 지어다 바침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독음 ‘수이’로 읽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에, 우리의 서울시는 엉겁결에 수이시로 개명되고 말았다.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