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이들을 우리 사회의 온전한 주체이자 일원으로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어떤 특별한 존재로서 대상화(對象化)하며, 심지어 이들의 이미지를 우리가 원하는 시각으로 단순 소비하기도 한다. 그래서 탈북민과의 진정한 교류와 소통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원활하지 못하다.
북한보다 우리 사회가 풍요로운 것은 분명하지만, 한국 사회도 문제는 많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선택한 신자유주의는 극단적 효율주의이며, 궁극적으로 물질 만능의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사회주의를 표방한 봉건사회라고 할 수 있는 북한에서, 이전까지 생의 대부분을 살았던 분들이 만일 이 땅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면 그것은 차라리 기적일 것이다.
단적인 예로 대부업체의 광고를 들 수 있다. 거기서 돈을 빌린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쯤은 초등학생도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탈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분들로서는 TV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거짓이라고 생각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잠시라도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이분들의 입장에서는 우리 사회가 또 다른 정글일 수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우리나라로 넘어온 분들에게 “이제 좋은 옷 입고, 자가용도 타고, 좋은 집에 사니 좋죠?”라는 정도로 말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제는 탈북민들에게 관념적이고 모호한 ‘구호로서의 통일’이 아닌, ‘휴전선보다 먼저 열린 통일의 실체’를 우리 사회에서 보여주고 느끼게 만들어 줘야 한다.
‘메멘토 아우닥스!(Memento Audax)’ ‘담대함을 기억하라’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자유와 평등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이 땅에 오신 분들과 그분들의 아이들을 위해 이 말을 큰 소리로 외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