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를 나타내는 대표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민간소비지출(PCE 디플레이터),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다른 모습을 연출하면서 과연 우리 경제의 물가수준이 어디쯤인지를 가늠키 어려운 모습이다. 다만 각각 지수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크게 놀랄 일도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서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어 지금의 흐름은 잠시의 일탈 정도로 봐도 된다는 분석이다.
GDP 디플레이터란 총체적인 물가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일각에서는 CPI의 선행지표로 평가하기도 한다. PCE 디플레이터는 GDP에 대한 지출 디플레이터로 미국 연준(Fed)이 기준으로 삼는 물가지수이기도 하다.
GDP 디플레이터가 여타 물가지표보다 높은 것은 최근 급등했던 국제유가 탓이라는 분석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유가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 유가가 떨어지면 휘발유가격이 떨어지니 소비자물가를 낮추는 경향이 있지만 GDP디플레이터는 올린다”고 설명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GDP 디플레이터라는 지수의 특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즉 GDP는 지출측면에서 소비와 투자, 수출을 더한 후 수입을 뺀 값이다. 우리나라는 수입 비중이 높은데다 국제유가가 급락할 경우 소비재가격보다 수입재가격이 더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즉 GDP를 계산할 때 빼야할 수입 부문의 값이 크게 줄어드니 GDP가 올라가고 덩달아 GDP디플레이터도 끌어올리는 것이다.
김영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CPI의 원래 개념은 도시민의 소비와 생계비를 보여주는 수치다. 반면 GDP디플레이터는 도시민 가중치가 아니라 국민이 쓰는 소비재에 대한 가중치”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한해 한해 흐름 속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서로 수렴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PCE 디플레이터 역시 CPI와의 차이는 석유나 원자재, 에너지, 전기 등에 대한 가중치에 차이가 있다. 즉 CPI는 연간기준으로 가중치를 적용하는 대신 PCE 디플레이터는 분기기준 가중치를 적용하면서 난방기구 등 제품을 잘 쓰지 않는 여름철엔 관련 부문에 대한 가격하락분 반영이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