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도 신흥국 금융시장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성장에 대한 전망이 개선되면서 트럼프 변수에도 투자자들의 신흥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일(현지시간) 분석에 따르면 신흥국 주가지수를 종합한 MSCI신흥시장지수는 지난 3월에 거의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과 한국, 인도증시가 신흥국 증시 강세를 주도했다. 트럼프 보호무역주의의 최고 피해자로 꼽혔던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지난 1월 저점에서 약 11% 상승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와 러시아 루블화는 지난해 저점 이후 30% 이상 상승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달 신흥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은 약 300억 달러(약 33조5550억 원)에 달해 지난 2015년 1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런 상승세에도 전문가들은 신흥국 금융시장이 뉴욕증시를 능가하는 강세를 더 지속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UBS자산운용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12개월간 예상 이익을 기준으로 분석하면 신흥국 증시는 선전국에 비해 26% 저평가됐다”며 “이는 지난 10년간 평균 저평가폭인 17%를 훨씬 웃도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치론투자관리의 라이언 캘드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신흥시장은 여전히 밸류에이션이 저평가된 몇 안되는 곳 중 하나”라며 “선진국 시장은 많은 가치가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도 신흥국 자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법안인 트럼프케어의 하원 표결이 불발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인 것도 지난 1분기 신흥국 자산 인기에 한 몫했다. 달러화 가치는 지난달 27일에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로 떨어졌다. 신흥국들은 지난 수년간 달러화 부채를 쌓아왔기 때문에 이런 약세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캘드웰 CIO는 “내 펀드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과 러시아 국영 은행 스베르뱅크 등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며 “최근 인도와 체코 폴란드 회사 주식도 매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