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균의 B하인드] 누구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인가

입력 2017-04-0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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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대한민국은 입헌민주주의에 입각한 법치주의 국가이다. 거대한 국가를 체계적이고 질서 있게 유지시키는 원동력이 법(法)이란 것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법은 절대적 존재이자 가치를 지닌다.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던진 “악법도 법이다”는 이러한 법치주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우리 헌정사(憲政史)를 돌이켜보면 절대적인 법을 권력자의 통치를 위한 단순 도구로 전락시키는 불행한 역사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7월 17일 제헌국회에서 제헌 헌법이 제정된 이후 1987년까지 총 9번의 개헌이 이뤄졌다. 9번의 개헌 중에 2번은 군사쿠데타로, 4번은 독재자의 장기 집권을 위한 수단이었다.

그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기준으로 나눠지는 일반법과 특별법도 마찬가지이다. 이 법들은 집행기관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해 집행된다. 그렇다 보니,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마다 집행기관에 힘(?)을 더하기도 빼기도 한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여러 건의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그런 것 같다. 겉으로 드러난 명분은 집행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의 독립성과 위상 강화이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여러 곳에서 의구심을 살 만한 대목이 눈에 띈다.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안철수 전 대표가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도 그렇다. 안 전 대표는 공정위 상임위원 수를 5명에서 7명으로 확대하고, 국회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토록 하겠다고 개정안을 내놓았다. 공정위의 권한 강화는 일종의 명분이고, 오히려 국회의 입김이 더 세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의 원칙에서도 벗어난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취지는 좋다. 공정위가 기업 담합과 부당 지원 행위, 일감 몰아주기 등의 조사에 한해 검사로부터 영장을 발급받아 압수수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압수수색 권한을 통해 조사의 실효성을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기소독점주의 체제하에서 공정위 권한보다는 검찰에 더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 제246조에서는 ‘기소독점주의’라는 것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오직 검사만이 가진다는 의미이다. 공정위가 강제조사 시작 전부터 검찰을 통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기소 과정부터는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는 구조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손을 대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집행기관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쓰라고 빌려준 법 권한을 제대로 쓰지 않고, 도구로만 사용한다면 반드시 거둬들이는 것은 마땅하다.

다만, 좀 더 신중하게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 제정이나 개정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한 번 성문화(成文化)한 법은 고치기도 어려울 뿐더러 쏠린 균형을 바로 잡기는 더더욱 힘들다. 이러한 사실을 입법권자가 다시 한 번 깊게 헤아려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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