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이 자동입출금기(ATM)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계열사 지원을 지시했는지에 관해 관련자들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김상동 부장판사)는 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 등 4명에 대한 3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롯데피에스넷 전신인 케이아이뱅크 재무이사를 지낸 김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신 회장으로부터 ATM기 제작을 롯데계열사에 맡기는 게 가능한지를 검토하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앞선 공판에서 '끼워넣기를 지시했다'는 롯데피에스넷 전 대표의 진술과 엇갈리는 대목이다.
증언에 따르면 김 씨는 2008년 10월 당시 장영환 전 롯데피에스넷 대표와 함께 신 회장에게 롯데피에스넷 경영현황을 보고했다. ATM 사업 투자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보고를 들은 신 회장은 "이걸 롯데기공이 할 수 있느냐"는 말을 했다고 한다. 김 씨는 "롯데기공이 정확히 어떤 회사인지 몰라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며 "신 회장도 '알았다'고 하고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검토하라고 했을 뿐, '계열사 끼워넣기'를 지시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검찰이 "신 회장이 '롯데기공의 재정이 어렵다. 롯데기공이 제작할 수 있느냐'고 말했느냐"고 물었으나 김 씨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검찰은 신 회장의 2008년 10월 17일자 노트를 보여주며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 회장에게 롯데기공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그룹사에서 지원할 수 없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씨는 "관련 사실을 몰랐고 들은 적도 없다"는 취지로 거듭 말했다. 황각규 당시 정책본부 국제실장(현 경영혁신실장)이 보고가 끝난 뒤 사무실로 불러 롯데기공을 도와주라고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앞서 장 전 대표는 지난달 27일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나서 신 회장과 황 실장이 사실상 ATM 사업 추진 과정에 '롯데기공을 끼워넣으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롯데가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ATM 제작 능력이 없는 롯데기공에 일감을 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