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분기는 전통적 비수기’라는 공식을 깼다. 통상 1분기 5조~6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10조 원에 육박한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2번째로 높은 수익성을 올리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호실적의 견인차는 반도체다. ‘슈퍼 호황’이라는 호재를 이어가고 있는 반도체 사업의 선전이 모바일, 가전 등 다른 부문의 비수기에 따른 영향을 상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액 50조 원, 영업이익 9조900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이날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사업이 1분기 실적을 만든 일등공신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전분기보다 10% 이상 증가했고 중국의 메모리 산업 진출이 지연되면서 업황의 호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의 수익성도 증대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반도체 부문이 올 1분기 6조원 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역대 최대 수준의 분기 수익성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은 작년 4분기에 기록한 4조9500억 원이다. 2015년 3분기에 달성한 종전 최고 기록인 3조6600억 원을 깬 지 단 1개 분기 만에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가격 강세 수혜로 D램과 낸드플래시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53.5%, 44.3%로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업계 공급 증설은 미미한 반면 수요는 견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부문 역시 견실한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LCD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플렉서블 OLED 패널의 출하가 늘어나면서 매출액 7조5000억 원, 영업이익 1조280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IT·모바일(IM)과 소비자가전(CE) 부문은 비수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IM 부문은 ‘갤럭시노트7’의 단종으로 작년 하반기 주력 스마트폰이 부재한 데다 올해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8’의 출시가 4월로 미뤄지면서 관련 마케팅 비용이 1분기에 반영되면서 매출액 24조500억 원, 영업이익 2조3711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CE 부문은 매출액 10조4000억 원, 영업이익 325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절적인 비수기와 패널 가격 상승으로 인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날 수 없을 전망이다. 전방 수요 약세와 원가 부담 가중 영향으로 올해 실적 개선마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 원 시대가 개막될 것으로 기대된다. 2분기 실적은 매출액 54조 원대, 영업이익은 10조~12조 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도체 부문이 출하량 증가와 가격 상승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최고 실적을 경신하는 가운데 디스플레이 부문 역시 플렉서블 OLED 출하량이 증가되면서 실적이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IM 부문은 갤럭시S8의 판매가 본격적으로 반영되지만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며 1분기와 유사한 수익성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CE는 생활가전 부문 성수기 진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영업 이익은 반도체 고정거래가격 강세 지속과 갤럭시S8 출시 효과에 따라 12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