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북한발 지정학적 위기에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강경 자세를 취하고 북한도 미국을 핵공격할 수 있다고 맞서는 등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안전자산인 금과 미국 국채, 일본 엔화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이들 자산 가치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이 한반도로 향하고 북한이 오는 15일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6차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시험을 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여전히 우발적인 사태가 벌어져 한반도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북한 전문가이며 미들버리국제연구소의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국장인 제프리 루이스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매체 복스(VOX)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둘러싼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게 될 5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 미국이 선제타격할 것으로 북한이 착각해 김정은이 미친 짓을 할 수도= 루이스가 제시한 첫 번째 시나리오는 북한이 미국의 공격이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먼저 극단적인 행동을 취한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의 언행이 종종 신중하지 못하고 부주의하기 때문에 북한이 치명적으로 심각하게 이를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은은 자신이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처럼 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며 “문제는 김정은이 다른 독재자들과 달리 핵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또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 미사일을 시험 발사해 미군이 사용할 수 있는 공군기지나 다른 목표를 타격하는 것을 연습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과의 전쟁 첫날에 한국 또는 일본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며 “그 피해는 너무 심각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지금까지 공격을 주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 북한의 한국에 대한 도발이 과도할 경우= 북한이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 좀 더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북한은 도발을 저지르기를 좋아한다. 예를 들어 2010년 천안함을 침몰시켰고 연평도를 포격했다. 지난해 비무장지대(DMZ)에 지뢰를 설치해 우리나라 군인들이 부상하기도 했다. 북한은 끊임없이 한국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자극한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바로 이런 북한의 도발 행위가 한국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과도했을 경우다. 한국은 북한과의 전쟁을 꺼리지만 이렇게 되면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루이스 국장은 강조했다.
◇ 트럼프의 인내심이 바닥났을 때= 루이스 국장은 세 번째 시나리오는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와 비슷하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도발을 계속해서 트럼프가 정권 교체가 유일하게 실행 가능한 선택이라고 확신하는 경우다. 루이스 국장은 “트럼프가 2003년 당시 조지 W. 부시 정부처럼 북한을 공격하는 것이 쉽다고 오판할 가능성이 가장 우려된다”며 “이는 억제될 수 없는 혼란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북한 핵개발에 일본도 군사대국 길 걸을 수도= 북한의 핵개발이 동아시아 군비 경쟁을 촉발한 끝에 일본이 군사대국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루이스는 이렇게 되면 동아시아 안보정세가 매우 불안정해져 파괴적인 연쇄결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북한 정권이 내부적으로 붕괴해 실패한 국가가 될 경우= 정권이 내부적으로 붕괴하면 1990년대 벌어졌던 기근과 질병 등 끔찍한 일이 북한에서 재연될 수 있다. 아울러 권력 공백 상태에 군벌들이 분쟁을 벌이는 사태도 상상할 수 있다. 북한이 붕괴하면 동독이 아니라 시리아나 리비아, 보스니아와 같아질 것이라고 루이스 국장은 내다봤다. 이 경우 미국이나 한국, 중국 등이 북한에 가서 반드시 핵무기를 확보해야 하나 절대 쉽지 않은 미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