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21) 씨에 대한 승마지원 결정은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는 최지성(66)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진술내용이 공개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를 "기업 총수를 위한 전형적인 총대 메기"라고 지적했다.
특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의 심리로 14일 열린 이 부회장에 대한 3차 공판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최 전 실장의 피고인 신문조서를 제시했다.
조서에 따르면 최 전 실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이 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며 "제가 전반적인 책임을 지고 중요 현안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에게 정보를 공유하는 관계"라고 진술했다. 그는 "삼성 현안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고 지시받는 관계로 말하긴 어렵다"며 "현실적으로 후계자인 이 부회장에게 중요 현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팀장들에게 보고하도록 지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전 실장은 정 씨에 대한 승마지원을 결정한 내용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상진 전 대외협력담당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최 전 실장은 2015년 8월 3일 지원을 승인했다. 그는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최 씨 요구를 들어줘야 해 이 부회장에게 보고해봤자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라며 "어차피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데 보고하는 게 도움 안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승마협회를 통하지 않은 지원이라 문제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도 덧붙였다.
특검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독면담 이후 이 부회장 지시에 따른 건데 보고해야 하지 않느냐"고 재차 묻자 최 전 실장은 "제가 책임지고 이 부회장에게 책임 안 가게 할 생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특검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를 비호하기 위한 실무책임자 총대 메기의 전형"이라며 "미래전략실 조직이 개입해 다른 피고인들 모두 이에 맞춰 허위로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최 전 실장의 진술을 누구를 보호하기 위한 허위진술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근거 없는 예단과 책임 미루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최 전 실장은 이 부회장의 '멘토' 역할을 했고, 시시콜콜 보고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대로 진술한 최 전 실장의 말을 특검이
왜곡하고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