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와 은행 업계에는 공통점이 많지 않다. 그러나 최근 부적절한 ‘오버부킹’ 대처로 연일 입방아에 오르는 미국 유나이티드항공과 지난해 ‘유령계좌’ 파문으로 미국 전역을 발칵 뒤집어 놓은 미국 4대 은행 웰스파고로 범위를 좁히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는 최근 칼럼을 통해 두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잘못된 기업문화의 시작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를 송두리째 흔들어놓은 사건의 중심에는 CEO의 잘못된 경영관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LAT는 우선 오스카 무노즈 유나이티드항공 CEO와 존 스텀프 전 웰스파고 CEO 모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직원들의 잘못된 행동을 묵인하거나 오히려 독려해 질 나쁜 사내문화가 고착화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들의 이러한 행동이 상황을 극도로 악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오버부킹 대처 논란이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 10일 무노즈 CEO는 자사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해당 승객은 무례하고 호전적이었다”면서 “우리는 전 직원의 입장을 강력하게 지지하며 앞으로 우리가 계속 올바르게 비행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대중들의 더 큰 공분을 샀다. 전 세계적으로 여론이 악화하고, 회사 주가가 폭락하자 그 다음 날 “강제로 끌려나간 승객에게 깊이 사죄한다. 어떤 승객도 이렇게 잘못 대우받아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회사 평판은 이미 바닥으로 추락한 뒤였다.
지난해 유령계좌 파문으로 미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웰스파고도 마찬가지다. 이 은행은 지난해 9월 5000명이 넘는 낮은 직급의 직원이 2011년부터 불법으로 고객 모르게 200만 개가 넘는 예금과 신용카드에 대해 이른바 ‘유령계좌’를 개설해 실적 부풀리기를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스텀프 회장은 의심 가는 금융상품 판매에 대해 적절한 조사와 중간 간부의 처벌이 없이 이를 묵인하고 성과를 부풀린 것이 화근이었다고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유나이티드항공 오버부킹 사태나 웰스파고의 유령계좌 파문의 또 다른 공통점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직원들이 지위가 낮은 말단 직원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미 전방위적으로 성과 압력에 시달린 웰스파고 말단 직원들이나 오버부킹으로 고객 불만을 접수하는 현장 직원들의 애로사항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었다. 특히 유나이티드항공의 경우 게이트 직원들의 재량권이 제한적이다 보니 고객이 착석 전 오버부킹을 현장에서 컨트롤할 수 없다고 LAT는 지적했다. 즉 재량권이 없는 직원들이 회사가 정한 절차에만 맞춰 공항 경찰에 도움을 요청, 무력으로 진압하다 화를 더 키웠다는 것이다.
웰스파고의 경우 성과 압박이 지나치게 커진 나머지 무력감을 느낀 직원들이 급기야 불법으로 유령계좌를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성과만을 중시하고 과정을 등한시했던 기업 문화가 문제를 키웠다고 LAT는 꼬집었다.